첫눈에 반하지 마라 - 한의사이자 자연의학 전문가가 말하는 ‘외모의 비밀’
이경원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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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학에 기초한 체형별 특성으로 인간의 성격과 성(性)기질, 미래 건강을 예측하고 있는 책이다. 수정란 분화 과정의 발달적 특성에 따라 분류한 세 가지 체형(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을 설명하는 300여컷의 삽화와 참고 사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20여년에 걸쳐 사람들을 관찰하고 직접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체형적 특징을 잘 잡아낸 삽화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지나치게 많다. 삽화가 거의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슷비슷한 삽화들을 나열하고 있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게 그거 같다. 삽화를 줄이고 본문에 좀 더 무게를 두었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의학 전문서는 아니다. 자연의학 지식과 저자의 주관적 결혼관이 짬뽕된 결혼 지침서랄까. 주관적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학벌이 전부가 아니라는 둥, 운전할 때 성격 드러난다는 둥, 다른 사람 말을 끊고 제말만 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둥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말라는 둥 너무 뻔한 소리만 늘어놓으면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주변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인데, 대부분 극단적이고 비약적인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 어머니 아버지들에게서까지 대대로 들어온 일반적인 충고 내지는 잔소리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결혼관에서만이 아니다. 식성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백미나, 설탕,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은 나이 들어 고협압 당뇨에 걸린다. 뭐, 이런 식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색다른 정보도 지혜로운 조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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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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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망상에 빠졌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망상에." 


     장을 보고 귀가하던 다니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얼마 전에 스웨덴으로 이주한 아버지였다. 한참을 흐느끼던 아버지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온다. 심각한 정신병을 앓는 엄마가 스스로 퇴원 절차를 밟고 병원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

 


     "그 인간 말은 다 거짓말이야. 난 미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건강했던 엄마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니. 충격과 혼란에 사로잡힌 다니엘을 찾은 엄마는 아버지의 주장에 반박한다. 이 모든 일이 범죄에 연루된 아버지가 자기 죄를 은폐하기 위한 음모라는 것이다. 자기는 미치지 않았다고. 너만은 믿어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넌 그 말을 믿지 않는구나? 악당이란 말. 그게 비현실적으로 들리니? 악당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 사이에서 돌아다닌다. 어느 거기를 가건, 어느 동네를 가건, 어느 집, 어느 농장을 가건 악당을 찾을 수 있단다. 악당이 뭐냐? 악당은 자신의 욕망을 좇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그 단어 외에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남자를 묘사할 다른 말이 없구나. (본문 중에서)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밝히는 엄마의 이야기와,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다니엘의 행보가 소설의 중심 플롯으로 놓인다. 아버지가 끔찍한 범죄 사건의 용의자라는 엄마의 태도는 매우 단호하고 그 내용에서도 일관성이 보인다. 물론 엄마가 정상이라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을 때 얘기다. 엄마가 끔찍한 망상에 시달린다는 아버지의 편에서 보면 엄마의 주장은 일방적인 억측과 오래된 트라우마가 낳은 피해망상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에 불과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다니엘이 겪게 되는 분열적 심리를 동력원으로 삼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기만당하지 않기 위해서. 또 한편으로 철저히 기만당하기 위해서. 


    내 아내는 틸데를 믿었다. 하지만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틸데를 증오했지. 아내는 내 거짓말을 더 좋아했어.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결국 진실을 잊는 법을 터득했지. (본문 중에서) 


 

    《얼음 속의 소녀들》은 독특한 매력을 겸비한 심리스릴러물이다. 줄줄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처럼 이야기 안에 또 하나의 이야기 그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스웨덴의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암울하고 구슬픈 사연이 상상의 괴물 트롤 신화에 버무러져 잔혹동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작위적이라는 인상도 없지 않지만 소설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신비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현재와 과거, 사실과 기억이 뒤엉킨 이야기를 매끄럽게 재단하는 솜씨도 탁월하다. 


엄마, 날 믿어요?

난 널 아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절 믿어요? (본문 중에서) 


     불신과 오해로 해체 위기에 놓인 다니엘 일가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는 이 소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에 직면한 인간의 심리를 다각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오는 소설의 도입부는 작가의 실제 경험에 기초한 것이라고 한다. 평상심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전언이 이 엄청난 이야기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고 한편으로 감동적이다. 이야기의 외피가 감싸고 있는 주제의식에 한층 진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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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좀 나눠줘
김태현.김현숙.이영호 외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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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사랑과 결혼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흙에서 미생물로 식물로 동물로 살아온 인간 존재의 역사를 대변하는 원시세포 이후 첫 여성 미진me gene이 번식을 위해 떨어져나간 자신의 반쪽 you gene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구성 방식이 흥미롭다. 어떤 면에서 뻔하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생물학적 이론과 남녀 관계에 대한 조언이 특별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어이, 여성. 우리 새끼나 좀 만들면 어때? 멋진 놈이 나올 것 같은데." 미진은 수정을 끝내고 떠나간 남성보다 헤엄치는 속도도 빠르고 덩치도 훨씬 큰 그 남성에게 끌렸다. 하지만 이미 끝난 수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난 이미 수정했어. 그러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오다가 약골처럼 생긴 놈 봤어. 그놈이지?" "응." "걔보다 내가 더 근사하지 않아?" "그건 그래." "그럼 하자. 혹시 알아? 내 새끼가 나올지." 미진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정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 생각 역시 깊숙한 곳에 아쉬운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본문 중에서)

    

     남성과 여성의 기상천외한 짝짓기 전략들, 성 윤리를 위협하는 은밀하거나 강제적인 짝짓기 행태, 연애와 결혼 생활에서 빚어지는 남녀 갈등을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 욕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남녀 패션의 바탕에 깔린 유혹의 기만술, 병적인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존 F 케네디와 그의 아내 재클린의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실로 방대한 자료와 읽을 거리들이 등장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된 사진과 그림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내용과 구성에서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나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당신에서 출발한다. 당신에 대한 이해란, 당신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바로 그곳에 존재하는 당신은 자신의 존재양식을 매우 합당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국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할 수 있을 마지막 장이 이 책의 압권이다. 네 가지 유형(유인원, 문명인, 자선가, 광대)의 성 성격을 제시하고, 유형별 조합에서 흔히 발생하는 갈등과 적절한 대응책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매우 세밀하고 실제적이어서 <사랑과 전쟁>을 책으로 읽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성장기에 겪었던 경험, 즉 가정환경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의해 형성된 성 성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남녀가 갈등 상황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동물적 욕구에서 비롯한 사랑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숭고해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100방울의 정욕과 10방울의 애정이 있어도 단 한 방울의 정이 없다면 남녀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책에 의하면 존재에 근접한 상태에서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룬 사랑의 최적 상태가 바로 '정'이다. 포용의 정으로 사는 지상의 남녀들이 얼마나 성聖스러운가를 알겠다. 성性스러운 사랑이 성聖스러워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책은 미진me gene과 유진you gene의 재회로 끝을 맺고 있다. 사랑을 기다리거나, 현재의 사랑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또 다른 미진과 유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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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존재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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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대학로 벙커원에서 열린 <황상민의 집단상담소 - WPI 워크숍>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갈무리한 책이다. WPI ​Whang's Personality Inventory의 다섯 가지 성격유형을 대표하는 일반인들의 고민 상담 내용을 문답식으로 싣고 있다. 황상민 교수의 명쾌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당시 현장감을 고스란히 살렸다.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지루할 틈이 없다. 웃고 야유하고 공감하는 사이 WPI의 기본 원리와 유형별 성격 특성을 이해하게 된다. 

 

     고전적인 성격검사에서 규정한 '성격'이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것이었다. '정상' 또는 '비정상'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의 두 축을 결합해 성격을 진단하는 WPI는 일종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reverse engineering 기법을 적용했다. 인간을 하나의 기계 제품으로 가정하고,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특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표현력(외향성), 정서안정(신경과민), 붙임성(공감성), 개방성, 작업(성실성) 같은 성격적 요인들이 WIP를 구성하는 부품들에 해당한다. 각각의 부품들, 즉 다양한 성격적 요인들이 개인이 속한 환경과 결합해서 부각되는 특성을 집어낸다는 점이 WPI와 기존 성격검사의 중요한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자기평가와 타인평가의 갭을 통해 본래의 성향이 현재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드러낼지까지가 예측 가능하다. 황상민 교수는 WPI 프로파일을 해석하면서 '하버드 점쟁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한다. 책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만든 한국인 맞춤 성격 평가라는 것도 특이할 만한 점이다. 자기 성격 유형이 궁금한 독자를 위해 자기 평가지를 부록으로 싣고 있다. 황상민 교수의 십 년 연구 성과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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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진짜 내 편을 찾는 우정의 심리학
칼린 플로라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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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실수로 가져온 노트를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나선 아마드의 노정을 그린다. 문제의 발단이 된 숙제 검사에서 아마드의 짝꿍 네마자데는 노트가 아닌 종이쪽에 숙제를 해왔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는다. 벌써 몇 번의 전적이 있는 네마자데에게 선생님은 무서운 엄포를 놓는다. 한 번만 더 이러면 퇴학당할 줄 알아! 방과 후 숙제를 하기 위해 가방을 연 아마드는 실수로 네마자데의 노트를 가져온 것을 알게 된다. 노트가 없는 네마자데는 숙제를 못할 것이고 이번에는 퇴학을 당할 것이다. 큰일이다. 아마드의 눈앞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네마자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한데 노트를 돌려줄 방법이 막막하다. 네마자데가 사는 마을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보다 큰 문제는 네마자데의 집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드는 무작정 길을 나선다. 어지럽게 갈래진 골목을 헤매고 다니면서 친구의 집을 수소문한다. 친구의 퇴학을 막겠다는 어린 소년의 애타는 동심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순수한 우정을 지켜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함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 막막한 길 위에서 어딘지 모르는 친구의 집을 찾아다니는 절박감을 우리는 잘 안다.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손가락을 내밀던 유년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 숨어버린 걸까. 복잡한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참된 우정을 갈망하면서도 가변적이고 임의적인 우정의 한계에 부닥치면 쉽게 마음을 닫아건다. 숨죽이고 문 뒤에 서서 누가 다시 불러주기만 기다린다. 간혹 누가 문을 두드려도 경계심을 완전히 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를 이어가는 어려움에 비하면 문을 두드리고 여는 일은 아주 하찮은 문제처럼 여겨진다. 수많은 오해와 갈등, 희생 없이 얻어지는 우정은 없다.


              이 모든 험난한 과정도 불사하고 우리가 친구를 찾아다니는 건 왜일까. 비제도적인 관계의 친밀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친구 관계를 원만하게 지속하는 방법은 뭘까.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 Psychology Today> 편집자로 일하는 칼린 플로라는 이 책에서 우정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파헤친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우정에 대한 개인 차원의 탐구부터 문화적 의의까지 아우르고 있다.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례적인 우정담 같은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도 싣고 있다. 읽을 거리는 풍부한 반면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적당히 짜깁기했다는 인상이랄까. 읽을 만해지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얄팍한 구성이 책읽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깊이 있는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용에는 깊이가 없다. 그러니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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