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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좀 나눠줘
김태현.김현숙.이영호 외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10월
평점 :
인간의 사랑과 결혼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흙에서 미생물로 식물로 동물로 살아온 인간 존재의 역사를 대변하는 원시세포 이후 첫 여성 미진me gene이 번식을 위해 떨어져나간 자신의 반쪽 you gene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구성 방식이 흥미롭다. 어떤 면에서 뻔하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생물학적 이론과 남녀 관계에 대한 조언이 특별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어이, 여성. 우리 새끼나 좀 만들면 어때? 멋진 놈이 나올 것 같은데." 미진은 수정을 끝내고 떠나간 남성보다 헤엄치는 속도도 빠르고 덩치도 훨씬 큰 그 남성에게 끌렸다. 하지만 이미 끝난 수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난 이미 수정했어. 그러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오다가 약골처럼 생긴 놈 봤어. 그놈이지?" "응." "걔보다 내가 더 근사하지 않아?" "그건 그래." "그럼 하자. 혹시 알아? 내 새끼가 나올지." 미진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정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 생각 역시 깊숙한 곳에 아쉬운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본문 중에서)
남성과 여성의 기상천외한 짝짓기 전략들, 성 윤리를 위협하는 은밀하거나 강제적인 짝짓기 행태, 연애와 결혼 생활에서 빚어지는 남녀 갈등을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 욕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남녀 패션의 바탕에 깔린 유혹의 기만술, 병적인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존 F 케네디와 그의 아내 재클린의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실로 방대한 자료와 읽을 거리들이 등장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된 사진과 그림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내용과 구성에서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나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당신에서 출발한다. 당신에 대한 이해란, 당신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바로 그곳에 존재하는 당신은 자신의 존재양식을 매우 합당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국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할 수 있을 마지막 장이 이 책의 압권이다. 네 가지 유형(유인원, 문명인, 자선가, 광대)의 성 성격을 제시하고, 유형별 조합에서 흔히 발생하는 갈등과 적절한 대응책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매우 세밀하고 실제적이어서 <사랑과 전쟁>을 책으로 읽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성장기에 겪었던 경험, 즉 가정환경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의해 형성된 성 성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남녀가 갈등 상황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동물적 욕구에서 비롯한 사랑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숭고해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100방울의 정욕과 10방울의 애정이 있어도 단 한 방울의 정이 없다면 남녀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책에 의하면 존재에 근접한 상태에서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룬 사랑의 최적 상태가 바로 '정'이다. 포용의 정으로 사는 지상의 남녀들이 얼마나 성聖스러운가를 알겠다. 성性스러운 사랑이 성聖스러워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책은 미진me gene과 유진you gene의 재회로 끝을 맺고 있다. 사랑을 기다리거나, 현재의 사랑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또 다른 미진과 유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