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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진짜 내 편을 찾는 우정의 심리학
칼린 플로라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실수로 가져온 노트를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나선 아마드의 노정을 그린다. 문제의 발단이 된 숙제 검사에서 아마드의 짝꿍 네마자데는 노트가 아닌 종이쪽에 숙제를 해왔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는다. 벌써 몇 번의 전적이 있는 네마자데에게 선생님은 무서운 엄포를 놓는다. 한 번만 더 이러면 퇴학당할 줄 알아! 방과 후 숙제를 하기 위해 가방을 연 아마드는 실수로 네마자데의 노트를 가져온 것을 알게 된다. 노트가 없는 네마자데는 숙제를 못할 것이고 이번에는 퇴학을 당할 것이다. 큰일이다. 아마드의 눈앞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네마자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한데 노트를 돌려줄 방법이 막막하다. 네마자데가 사는 마을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보다 큰 문제는 네마자데의 집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드는 무작정 길을 나선다. 어지럽게 갈래진 골목을 헤매고 다니면서 친구의 집을 수소문한다. 친구의 퇴학을 막겠다는 어린 소년의 애타는 동심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순수한 우정을 지켜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함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막막한 길 위에서 어딘지 모르는 친구의 집을 찾아다니는 절박감을 우리는 잘 안다.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손가락을 내밀던 유년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 숨어버린 걸까. 복잡한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참된 우정을 갈망하면서도 가변적이고 임의적인 우정의 한계에 부닥치면 쉽게 마음을 닫아건다. 숨죽이고 문 뒤에 서서 누가 다시 불러주기만 기다린다. 간혹 누가 문을 두드려도 경계심을 완전히 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를 이어가는 어려움에 비하면 문을 두드리고 여는 일은 아주 하찮은 문제처럼 여겨진다. 수많은 오해와 갈등, 희생 없이 얻어지는 우정은 없다.
이 모든 험난한 과정도 불사하고 우리가 친구를 찾아다니는 건 왜일까. 비제도적인 관계의 친밀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친구 관계를 원만하게 지속하는 방법은 뭘까.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 Psychology Today> 편집자로 일하는 칼린 플로라는 이 책에서 우정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파헤친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우정에 대한 개인 차원의 탐구부터 문화적 의의까지 아우르고 있다.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례적인 우정담 같은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도 싣고 있다. 읽을 거리는 풍부한 반면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적당히 짜깁기했다는 인상이랄까. 읽을 만해지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얄팍한 구성이 책읽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깊이 있는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용에는 깊이가 없다. 그러니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