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처럼 마지막도 아름다웠으면 싶은 것이 어찌 사랑에만 해당하는 일이겠는가. 명확한 성과를 기대한적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흔들어 깨우고, 지금 이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그 시작이 국회라는 곳이었기에 충분히 뜻깊었다. 적지 않은 시간 그곳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있어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기대라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쩌냐. 저런 마무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닌데.

 

 

세상이 달라졌다

 

정희성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차라리 다른 이유를 말했으면 조금은 편했으려나. 하기야 좀 편하다고 감동이 있었을리는 없다. 여하간 시인의 말처럼 이제 다시 벗들은 말수가 적어질테고 세상은 고요해질 것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준비는 되어 있지만 여느 때보다 허황하다. 삼월은 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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