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될까. 지구와 북극곰과 고래와 플랑크톤과 산소와 너와 나는. 속죄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잘못한 일을 싹싹 빌고 싶은데 이제는 머쓱해서 이 일을 어쩌나. 흰 눈이 오면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 정말 무릎을 꿇고 너에게 한 모든 저주에 대해 빌고 또 빌어야겠다. 사람이 되겠다고 먹었던 마늘과 쑥을 다 토하고 싶은 밤. 그런데도 나는 소화제를 먹는군. 뭘 또 소화시키겠다고 말이지. 미안하다고 하기에는 지은 죄가 크고, 죽여달라고 하기에는 또 다시 너를 귀찮게하는 것 같아 나는, 참, 늘, 그렇지만, 타이밍을 참 놓치고 말았다. 북극곰은 말라가고, 돌고래는 한강에서도 죽어가는데 나는 이렇게 또 오늘을 산다. 타이레놀과 베아제를 한 웅큼 먹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신해욱
눈이 온다.
하지만 머릿속이 하얀 건
오늘 하얀 밥을 먹었기 때문.
하지만 하얀 옷을 더렵혔으니
이제 나는 악마가 되겠지.
앞이 보이지 않겠지.
신발 속에는 발가락들이 우글거려서
걸음을 옳길 수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