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한 찰리 문학동네 시인선 68
여성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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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여성민시인의 「불가능한 슬픔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런, 꼼짝을 할 수가 없네. 붙들렸다. 시의 행간에. 시인의 호흡에. 그래 나는 이럴 때 그냥 울고 싶더라니. 그러니까 붙들릴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저 짐작만 할 때, 그제야 비로소 사유라는 것을 하게 될 때. 나는 꼭 울고 싶더라니. 그리고 이 문장을 쓰다듬어 발과 발 사이에 가만히 놓고 싶었다. 손으로 만지지 않고 복사뼈로만 느끼고 싶었다.  

 

 

불가능한 슬픔

 

여성민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몸의 안쪽을 열 때마다 딱딱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플라스틱

 

하지만 네가 부엉이라고 말해서 나는 운다

 

피와 부엉이 그런 것은 불가능한 슬픔 종이와 철사 인디언보다 부드러운 것

그런 것을 떠올리면 슬픔은 가능하다

 

지금은 따뜻한 저녁밥을 생각한다

손으로 밥그릇을 만져보는 일은 부엉이를 더듬는 일 불가능한 감각

 

상처에 빨간 머큐로크롬을 바르고 너를 안으면 철사와 부엉이가 태어난다

 

철사로 너를 사랑할 수 있다

 

종이에서 흰 것을 뽑아내는 투석 그러나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다른 몸을 만질 때 슬픔이 가능해지는

 

불가능한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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