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유종일 감수.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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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티아 센은 경제문제에서 윤리와 철학을 복원하고,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한 후생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부는 그것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들 때문에 유용하다. 부는 우리들이 실질적인 자유를 획득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 관계는(부 이외도 우리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절대적이지도 않고(우리의 삶에 대한 부의 효과가 다른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하지도 않다. 생활조건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는 것만큼이나 이 관계의 제한적이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성격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발전을 적절히 개념화하기 위해서는 부의 축적이나 GNP의 증가 또는 기타 소득 기반의 변수 그 이상을 고려해야만 한다.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센에게 있어서 잘사는 것은 무엇을 소유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센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일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보다 평균적으로 잘 사는 나라의 가나한 사람들보다 평균수명이 더 길다. 예를 들었던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하고 따라서 영양섭취나 필수품 구입에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매우 가난한 케랄라, 중국, 스리랑카의 취약 계층은 정부의 공공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센은 국가가 복지의 개념과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기근 역시 식량부족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과거의 상식은 잘못되었으며, 불평등한 사회구조 즉 불평등한 소득분배 때문에 특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식량을 구할 수 없었다고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던 기근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불평등의 문제는 관심사를 소득 불평등에서 실질적 자유와 역량의 분배의 불평등으로 옮길 때 더 확대된다고 주장하였다. 장애가 있거나 아프거나 노령인 경우 적절한 소득을 얻는 것도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을 자신의 역량으로 전환해 생활에 활용하는 것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발전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실제 자유를 확장하는 과정이며, 이때 그의 용어를 빌리면 개인들의 역량이 확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이것은 공공정책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공공정책의 방향은 대중이 그 결정에 참여할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센은 공리주의를 강력하게 반대한다(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사회적 후생이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 개인의 효용수준을 비교하는 일이 가능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한 '완전한 정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그런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명백한 부정의'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암만 생각해도 나는 센의 정의론이 샌델의 정의론보다 자연스럽게 들린다.

여튼 이 아름다운 자유주의자요, 빈곤을 이야기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에 폭 빠져 여름이 어찌 오고 가는지도 모르고 있다. 아름다운 건 늘 사람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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