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 I Saw The Devi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경철(최민식)의 광기를 이해하는 일도, 수현(이병헌)의 광기를 이해하는 일도, 경찰의 무능함을 이해하는 일도, 김지운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일도 내게는 힘든 일이었다.  

감독은 뭔가 끝장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했으리라. 그리고 오로지 그 범인을 잡고 놓아주고, 또 잡고 놓아주는 과정을 반복했으리라. 그러나, 마지막 장면의 허무함은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친절했던 금자까지 떠오르게 하는 것을 보면 끝장을 보려했던 감독도, 이왕 이렇게 영화를 끌고 왔으면 끝장이 나겠지 싶었던 관객도 힘빠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음이, 악마의 속성인지도,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득당할 수 없는 관객의 고통을, 피와 살을 몇 드럼통 보고도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관객의 고통을 시종일관 이렇게 모른 척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러니, 고통에 무감각한 것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영화는 이미 악마임에 틀림없었다.   

영화 마지막 자막에 사용된 음악이 뜬다. 박광현의 곡이다. 제목은 "사랑하고 싶어"다. 한번 더 힘이 쭉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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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2010-08-2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영화를 봤어요
김지운 감독 때문도 아니고 이병헌 때문도 아니고
완전 최민식 때문에 봤어요
최민식이 정말 미친놈 된 거 아닌가 싶을 정도 리얼했다는 것 외에
건질 건 없었어요
돌아오는 데 정말 찜찜 했지요
영화 같지 않은 영화
우리가 대체로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과는 다른 데서 오는 안도, 안심, 평화, 달콤한 오해를 기대하기 때문인데, 이건 원.

문을 열고 아버지를 만났을 아이의 모습
이전 씬에서 축구공을 팍 차던 아이에게
공이 다시 넘어갔을까요? 복수의 공.

상식적인 인간이 아닌 것은 최민식이나 이병헌의 역할
모두 같았어요
상식적인 인간은 악마를 보고 놀라고 도망가죠.

굿바이 2010-08-24 11:56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어제 예이츠의 책을 보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했어요.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 하나는 순수한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적에게서는 마음에 드는 부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게 마련이니까."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인데, 그렇다면 그들을 내가 사랑하는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더운 여름, 그렇지만 아쌀한 여름, 잘 지내시죠?

風流男兒 2010-08-2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웃기지만 저 영화보고 도쿠진 요시오카 전시보러가서 나름 정화받았더랬지요.. 응??
하여간 앞으로는 제발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핸드폰으로 걸거나 문자라도 보내게끔 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아직도 밑도끝도 없이 유선전화로만 거니.. 살아날 수가 없잖아요 ㅠㅠ

굿바이 2010-08-24 11: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유선전화라니....
전시회 괜찮았던 모양이네, 나도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또 놓치고 말았어. 여행 준비는 잘하고 있니? 트렁크가 크면 나도 좀 싸가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