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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 I Saw The Devi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경철(최민식)의 광기를 이해하는 일도, 수현(이병헌)의 광기를 이해하는 일도, 경찰의 무능함을 이해하는 일도, 김지운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일도 내게는 힘든 일이었다.
감독은 뭔가 끝장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했으리라. 그리고 오로지 그 범인을 잡고 놓아주고, 또 잡고 놓아주는 과정을 반복했으리라. 그러나, 마지막 장면의 허무함은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친절했던 금자까지 떠오르게 하는 것을 보면 끝장을 보려했던 감독도, 이왕 이렇게 영화를 끌고 왔으면 끝장이 나겠지 싶었던 관객도 힘빠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음이, 악마의 속성인지도,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득당할 수 없는 관객의 고통을, 피와 살을 몇 드럼통 보고도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관객의 고통을 시종일관 이렇게 모른 척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러니, 고통에 무감각한 것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영화는 이미 악마임에 틀림없었다.
영화 마지막 자막에 사용된 음악이 뜬다. 박광현의 곡이다. 제목은 "사랑하고 싶어"다. 한번 더 힘이 쭉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