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소식은 봄바람을 타고 오는구나.

그런 친구가 있었다.
공부 잘 하고, 글 잘 쓰고, 운동 잘 하고, 용기있고, 잘 웃고, 강자 앞에서 강하고, 거짓말 하지 않고, 사려 깊고, 함부로 사랑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神이 계시다면 편애가 심해도 너무 심하구나 할 정도로, 내가 같은 남자는 아니었지만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열등감에 불을 지르는 그런 녀석. 그런데, 미워할 수도 없는거라. 미워할 구석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녀석이 거의 폐인이 되어 잠적했다고 하네. 상상할 수가 없어. 잘 다려진 셔츠같던 녀석인데, 믿기지가 않지. 믿을 수도 없지. 소식을 전하는 호들갑스러운 친구에게 사실이냐고 재차 묻다가 그만 두었다. 그럴 수 있으니까. 그래 실은 그럴 수 있지. 잘 아니까. 그래, 뭘 물어 싶네.

너는 세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너를 알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웠을거야. 한 번도 누군가에게 기대보지 않은 마음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힘들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우리는 그렇게 우리를 벼랑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디서 뭘 먹고 어디서 어눌한 쇼를 하며 오늘도 잠시 눈을 붙일 곳을 찾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저 살아라, 그저 견뎌라,라고 부탁하고 싶다. 부탁이다. 
그리고 보니 내 소식을 듣는 너도 그렇게 웅얼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저 살아라, 그저 견뎌라,라고. 
그래 나의 쇼도 너만큼 옹색하고 또 피곤하다. 그렇지만 실존이 거추장스럽고 던접스럽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삶이, 그저 어느 경구로, 단어로만 존재하지 않듯이 상념으로만 존재하는 죽음역시 없으리라 본다. 지루한 하루가 가고 지리한 겨울이 끝나면, 꽃나무는 앞다투어 꽃을 피울 것이고, 어느 공원에선가는 단내나는 분수가 졸음을 재촉할 터이니, 그것만이라도 같이 보자. 그래도 먹먹하고 속이 클클하면, 우리 국수 한 사발 하자. 그러니까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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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0-02-16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흐음, 굿바이님.
그래요, 삽시다. 견딥시다. 그래도 속이 클클하면 국수 한사발 하면서..
젊어 한때 정말 빨리 늙었으면 하고 진정으로 기원하였더랬지요.
하하, 굿바이님.
견디며 살다보면 늙기도 한답니다.

굿바이 2010-02-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어서, 늙기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국수 한 사발 제가 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