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팔다 베스트 모음
끼노 지음, 조일아 옮김 / 아트나인(비앤비)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마팔다>는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시사만화다. 1964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호아낀의 연재만화 <마팔다>의 주인공인 우리의 마팔다양은, 복슬복슬한 새까만 머리 위에 빨간 리본을 얹고 만화보다 더 웃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삿대질을 하는, 시쳇말로 '빵꾸똥꾸'정도를 외쳐주시는 당찬 꼬마소녀다.

주인공이 꼬마소녀라는 점은 다른 여타의 시사만화와 비교해 볼 때, 훨씬 호소력있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이의 눈으로도 빤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 꼬마소녀가 지켜봐도 우스꽝스러운 정치꾼들, 마팔다의 눈치를 살살 살펴야 할 정도로 켕기는 구석이 너무 많은 우리들에게 '잘 하는 짓이다’라고 비웃어주시는 마팔다의 한마디는, 한 대 맞고 나면 아파도 너무 아프고 쪽팔려도 너무 쪽팔린 죽비인 셈이다 

 

꼬마 소녀 마팔다는 이 나라를 살릴려면 어디부터 손봐야 하나? 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근심을 하며, 지구본을 향해 대신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조금 더 참고 버티겠다고 약속해줘. 라고 핑클 언니들의 애교 섞인 손가락질을 날리는 오지랖 넓은 박애주의자며, 정치를 가리켜 이 놀이는 팔짱 끼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시니컬한 평론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지간한 어른도 소녀의 따끔한 충고를 모른 척 하기 쉽지 않다.

마팔다의 우울하거나 화가 난 표정을 따라가며, 물론 가끔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웃어줄 때도 있지만, 1960년대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 그려진 만화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을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사람들이 사는 곳은 모조리 다 그렇더냐고 북망산에 묻힌 이주일선생의 콧소리를 흉내내며 허탈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굳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지구본을 쳐다보는 우리의 마팔다를 위무하자면, 아직은 삐뚤어진 것들을 바로잡으려 하는 어른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니고, 여전히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할 것들을 지적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들에 관하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바리케이드 앞을 지키고 있다고 살짝, 그것도 매우 조그맣게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팔다와 절친한 친구 펠리페의 대화를 적는다. 나를 비롯해 쪽 팔리는 분들은 맘껏 화끈거리시라고 말이다.

펠리페 : 누구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데 누구는 무기 만드는 데 거금을 펑펑 쓰고! 정말 웃기는 세상이야!
마팔다 : 그래서 이런 말이 있잖아. 인생은 각본 없는 한 편의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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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0-01-1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생은 각본없는 한편의 코미디이다'
하하, 굿바이님.
나의 코미디도 조금 화끈거렸습니다.

굿바이 2010-01-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매일, 불끈거리다 화끈거립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