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기다리는 한 15분 동안 얼마나 추웠는지 정신이 아득해졌다. 논현역 근처에 내려 다시 지하철로 거의 뛰었다. 뛰다가 나는 멈췄다.
좌판도 아니고 땅바닥에 종이를 깔고 열쇠고리를 파는 모녀가 서있다. 털모자를 쓰고, 귀마개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오리털잠바를 입었다. 어린 딸은 내 조카 하연이만한 아이다. 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나는 지나칠 수가 없다. 다가가자 아이는 눈만 보인다. 덜덜 떤다.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열쇠고리가 얼마냐고 나는 묻는다. 여자는 꽁꽁 얼었는지 발음도 부정확하다. 오백원이란다. 지갑을 뒤졌다. 삼만원이 잡힌다. 아이는 덜덜 떤다. 여자에게 삼만원을 건냈다. 그리고 오늘은 그만 들어가시라고 말했다. 그녀가 나를 본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황군이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펑펑 울었다. 울면서 말했다. 아이가 덜덜 떤다고, 이 추위에 아이가 어미랑 꽁꽁 얼어 열쇠고리를 판다고, 그래서 내가 가진, 삼만원을 줬다고, 황군이 잘했다고 한다. 그 모녀 오늘은 찜질방에서라도 잘 수 있겠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너 사업 하지마라, 인권단체에서 일하지도 마라, 정치도 하지마라, 너는 그냥, 그냥, 아니다 몸이나 녹이자,라고 말한다.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다. 삼만원이 남은 돈 전부였다고 했다. 황군이 말한다. 괜찮으니까, 그래, 귤 먹자,라고 한다.
나는 못살겠다. 속상해서 못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