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라는 여성그룹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들이 누구며 무신 노래를 불렀는지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아이돌 그룹에 관심도 없고 각 기획사에서 융단폭격처럼 쏟아내는 아이돌 그룹이 양적으로 많다보니 자연히 모를 수 밖에. 물론 공급과잉으로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들의 음원들을 들어보면 과연?
여튼 아이돌 그룹에 관한 내 잡음은 여기서 줄이고 [소녀시대]가 부른 [소원을 말해봐]와 [허경영]의 [콜미]를 들으며 나는 계속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과 200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교차해 씁쓸하고 한편 절망적이었다. 물론 어디에 저런 신인류(인간과 요정사이의 인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쁜 처자들의 상큼 발랄한 노래와 어디서 저런 특인류(인간과 조커사이의 인류)가 생존했었던가 싶은 어르신의 황당하고 감동적인 노래를 두고 무슨 뼈다귀 뜯다 치아 벌어지는 소리냐 싶겠지만 그건 내맘이다. 더 이상 부를 이름도 더는 간절할 무엇도 없어지고 나니 45kg도 나가지 않을 소녀들이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 하고, 외계에서 오신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라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어찌 절망적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너무 서사적인가 혹은 억지스러운가, 어림도 없다. 이 정도의 억지는 억지도 아니고 이 정도의 서사성으로는 옆 집 개도 안짖는다. 또한 조선생이 들으면 진노할 일이다. 물론 그러던가 말던가이지만.
어찌 되었건, 절망적이지만, 신인류는 내게 소원을 말하라 하고, 특인류는 내게 그의 이름을 부르라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 어떤 종교적 비유도 해석도 하지 않겠다. 왜냐, 못한다. 왜냐, 아는게 없다. 쑥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이니 나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낯짝 두껍게 밝힌다. 또한, 암울했던 시절 백범 김구선생님도 세 가지 소원을 말씀하셨다. 이 땅의 큰 어른이셨던 선생님이 세 가지 소원을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서 나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내 소원을 세가지로 압축했다. 의심하지 않는 자 크게 망할것이다, 라는 격언도 있더라마는 의심하는 자 구원받지 못하리라는 말씀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선택하면 될 일이다. 어째 그렇게 일관성이 없냐고 꾸짖으신다면 그건 뭘 한참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다. 나는 매우 일관적이다. 바람보다 빨랑 드러눕고 바람 지나가도 한참 드러누워있다가 오호 역풍이 크다 싶으면 언능 일어난다. 이 보다 더 일관적일 수 있겠는가. 하여 이번에 나는 의심없음을 선택하고 세 가지 소원을 정했노라. 왜냐, 그것만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길이요, 빛이요, 아편임을 내 오감이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녀들 앞에서 소원을 말하리라.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부르리라.
언니, 제 소원은 ..................이예요, 허.경.영!
언니, 제 소원은 ..................이예요, 허.경.영!
언니, 제 소원은 ..................이예요, 허.경.영!
어라! 소원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게 무슨 장난질이냐며 양은 밥상 걷어차듯 마우스 뒤집는 분도 계시겠지만 어찌 안보인다고 하는가 그리고 남의 소원은 봐서 또 뭣에 쓰겠는가. 그래도 사기다 싶으면 고소하면 되고, 그래도 분이 안풀리면 병원 가면 되고. 그저 생각대로 하면 된다. 여튼 이미 북망산으로 떠나신 두 전직 대통령의 뜻을 받들겠다고 분연히 일어나실 분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분들이야 말로 진짜로 대국민 소원 발표를 해야 할 사람들이다. 누구의 이름으로 뭉치고 누구의 이름을 부르며 대중에게 호소할지 모르겠으나,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그리고 리메이크에 리메이크로 괴이해진 음원을 틀기 전에, 진정 본인들의 소원을 말해야 할 것이다.
니들 소원을 말해봐! 참모가 써 준 거 말고 진짜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