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5박 6일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기를 올리려니 이번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오래전 중국 북경지역을 갔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던 단동,집안,환인 지역.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하며 막연했던 고구려사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즐거움도 컸지만 답사길에 함께 동행했던 좋은 사람들, 낯익은 풍경속에 숨은 낯선 풍경들,세련되지 않는 시골장터같은 푸근한 풍경들로 인해 이번 여행은 더 즐거웠다.
*어릴적 고향 마을을 여행하는 듯한 정겨운 풍경
이번 고구려 유적 답사 여행지였던 집안과 환인을 오갈 때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적 고향마을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 이맘때 내 고향이 그랬듯이 밭가득 곡식들이 여물어가고, 집둘레엔 해바라기,키다리,백일홍 같은 꽃들이 지천에 피어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 나와 빨래하는 사람들과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웃통을 벗고 물장구 치고 노는 풍경,비탈진 산등성이에 흩어져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의 한가로운 풍경들이 차창밖으로 스쳐갈 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내 유년 그리움도 함께 스쳐갔다.

(단동 시내 산책을 나갔다가 본 풍로,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기 위해 풍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우리 나라도 70년대 숯불을 피울때 더러 풍로를 이용했었지)
*낯익은 풍경 속은 숨은 낯선 풍경
답사 길에 들렀던 단동,집안,환인은 낯설지 않은 풍경속에 낯선 풍경을 만나는 재미도 솔솔했다.
단동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다른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잠시 몇 명이 슈퍼마켓에 갔었다. 그 때 슈퍼에서 본 포장음식 중에 돼지코가 있었다.

집안에서 우리가 묵었던 호텔 앞 거리 풍경. 70년대 시골 소읍 같은 분위기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서너명이 탈 수 있는 ‘뚝뚝이(?)-태국에서는 이걸 뚝뚝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도 보이고 그 옆에 빨간 짝퉁 마티즈도 보인다. 휴일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느긋하다.

환인에서 하룻밤을 자던날 밤산책을 가지 않았던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혼강가로 아침산책을 갔었다.환인 시내 사람들이 나와 줄을 지어 에어로빅과 쿵후 동작이 섞인 듯한 체조를 하는데 리더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줄을 지어 체조를 했다. 동작이 단순하고 재미있어 나도 서서 체조를 했다. 그리고 하고성자를 갔을 때, 환인 변두리 지역 주택가를 지날 때 보았던 생소한 풍경 둘.
그 중 하나, 집집마다 대문에 현관문 옆과 위에 ‘福’,‘富’ 등의 빨간 글자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풍경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환인에서는 특이하게 대문 앞에 빨간 산타클로스같은 인형이나 빨간 모자를 쓴 노란 인형 하나를 매달아 놓았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는데 내 생각에 집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걸어둔 것이 아닌가 싶다.


둘,하고성자에 갔을 때 그나마 남아있었다던 약간의 성벽마저 허물어지고 없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토푸 나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래' 부분을 갑자기 위로 홱 치켜올려 발음을 하니까 얼마나 코믹하게 들리던지.... 조금 있으니 마을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앙푼을 들고 나오셨다.

콩국 장순가 싶었는데 순두부 장수였다. '토푸나래~~'는 우리나라의 '두부사려~~'와 비슷한 말이었던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순부두 같은 것에 양념장을 얹어팔았다.

*좋은 사람들
이번 여행은 거의 매일 대여섯시간이 버스를 타고 단동에서 집안으로 집안에서 환인으로, 환인에서 단동으로 이동을 했었다, 그러나 긴긴 버스 여행에도 지치지 않고 줄겁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함께 여행한 좋은 사람들 덕분이다. 서로 챙기고 배려하고, 먹거리도 사서 함께 나눠 먹고. 자신이 배우고 있는 악기를 연주해서 지루함을 덜어주었던 사람들...


(중국은 과일이 풍성했다. 우리 나라처럼 크고 겉이 번지르르한 과일이 아니라 작고 못생긴 과일이었지만 맛은 그만이었다.긴긴 버스 여행을 하는 동안 중간중간 내려 과일을 푸짐하게 사서 너나 할 것 없이 나누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