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밤을 지새우고 이제 중국땅을 밟나 했더니 안개 때문에 우리가 딴 동방명주호가 단동항에 접안을 못한단다. 예정대로라면 9시에 입항을 해야하는데 12시가 지나서야 겨우 육지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수속밟는데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는 데....버스 타고 출입국 사무소 앞에 도착해서 하염없이...냉방장치도 제대로 안된 출입국 사무소 안에서 아수라장이 된 채 또 하염없이...중국 출입국 사무소 사람들 갑갑한 일처리 때문에 답사도 시작하기 전에 진을 다 뺐다. 백두산 등반을 하러 나선 연세드신 어른들은 '배고파 죽겠으니 빨리빨리 좀 하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아무리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너무 심하다. 적어도 국제항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드나드는 항구에서 그 사람들이 불편을 덜 느끼도록 일을 좀 효율적으로 하면 어디 덧나는지.하도 기운을 빼서 ‘여기서 기운 다 빼고 낼 답사나 하겠나’ 싶은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수속을 끝내고 단동 시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진수성찬이다. 북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북경 요리처럼 기름지지 않고 우리나라 음식과 거의 비슷하다. 먹을만하다. 다들 배가 고파 밥도 안나왔는데 반찬 집어집어먹느라 정신이 없다.

밥을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호텔 앞에 보이는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을 기웃기웃 둘러보니 ‘야, 시장 구경 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것도 잠시 집안으로 가야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6시간을 갔다. 우리 나라였다면 2시30분이나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데 중국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구불구불, 포장을 했는데도 울퉁불퉁, 중간에 포장이 안된 길도 있다.끝없이 이어진 옥수수밭, 맑은 개울물에 물장구 치는 아이들, 냇가에 나와 빨래하는 아낙네들 모습, 윗옷 걸치지 않고 동네를 활보하는 남정네들... 밥을 먹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배타고 버스타고가 전부인 오늘 여행도 견딜만 하다.
고구려의 두번째 도읍이었던 집안에 도착하니 10시다.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에 가기 전에 식당 앞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내일 먹을 과일들을 샀다.

호텔에 들어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살 것 같다.어제 뜬 눈으로 지새웠는지라 어떻게 잤는지 모르게 단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