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2)-

  

   25일, 토요 휴업일이라 오전에 중학생들 수업을 끝내고 오후에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친구한테 연락을 하고, 언니한테 연락을 하고 고향을 가기로 한 날 아침, 학기말 시험 때문에 오전부터 학원 보충 수업을 하러 가야된다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럼 한 주 쉬어야지~ , 오호~오전에 일찍 내려가서 .....♪~♬’

 

  삼천포 가서 여기저기 들럴 곳을 머릿속에 그리며 들떠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신다.

  “ 큰댁이랑 작은 댁, 이모댁, 언니댁..... 뭘 좀 사 갈래?”

  고향에 가면 들럴 곳이 아주 많다. 그래서 한 번 내려갈려면 허리가 조금 휜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쿨하게 갔다 올려고

  “ 삼천포 가서 대충 사가지고 가께요.”  했더니,

  “삼천포는 뭐가 비싸서 안된다. 여름에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게 수박이니까 수박을 몇 덩이 사가는게 안 낫겠나?”고 하신다. 맞긴 맞다. 한 두 개 사서 될 것도 아니고 ,삼천포 가서 대충 사려면 뭘 살지 막연하고, ‘쿨’하게 다녀오는 걸 포기하고 부전시장에 나가서 수박을 사기로 했다.

 

  수박 공판장에 가서 우리 집 꺼까지 몇 덩이를 사서 싣고, 할머지, 할아버지, 아버지 산소에도 들러야 되니 마트에 들러 술이랑 안주도 사고 집에 오니 12시다. 오전에 내려가서 어디가고 어디가고 계획은 잔뜩 잡아 놨는데 어영부영 거의 1시가 다 되어서야 고향으로 내려갔다. 어딜 가기는 커녕 친구랑 밥먹고 수다 좀 떨고 나면 하루 해 지게 생겼다.

 

  언니한테는 점심 무렵에 도착한다고 전화 해 놨는데. 다시 전화를 한다. 언니는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공룡 박물관을 한 번도 못갔다고 해서 시골 들어가는 길에 함께 공룡박물관을 들렀다가 산소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산 조금 지났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쯤 왔냐고, 2시 반쯤 도착할 것 같다고 했더니 함께 냉면 먹으려 가잖다.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겠단다. 언니한테 친구랑 밥 먹고 좀 늦게 들어가야겠다고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차는 잘 빠진다.

 

  삼천포에 도착해서 친구한테 전화를 하니 고등학교 동창 누가 냉면 집을 냈는데 거기 맛이 괜찮더라고 거길 가잖다. 가서 보니 앞면이 있는 친구다. 그런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친구는 나를 보자 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데. 그 친구랑 고향친구랑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냉면을 먹었다. 고향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 냉면값을 주려고 하는데 동창이 오랜만에 만났다고 극구 사양을 한다. 옥신각신하다가 화장실 갔던 고향친구까지 나와 서로 점심값내겠다고 또 옥신각신 하다가 공짜 점심을 먹고 나왔다. 가시나,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암튼 고향이 좋긴 좋다.

 

  늦은 점심을 먹고 고향 친구와 함께 중앙시장에 갔다. 가게를 하는 친구라 짐이 많다. 야채도 해물도 참 싱싱하고 싸다. 짐을 나눠 들고 친구 따라 시장을 도는 데 고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난다. 외할머니랑 시장을 보러 오면 시장 사람들이 할머니랑 많이 닮았다고 막내 딸이냐고 했었다. 외손녀라고 하면 할머니를 어찌 그리 많이 닮았냐고. 그런 외할머니도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계신다, 내려온 김에 멀지 않은 곳에 계신 산소라도 다녀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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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가는 길(1)-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봄, 가을에 가까운 바닷가나 유적지로 걸어서 소풍을 갔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는 소풍을 가지 않는다. 대신 1박 2일정도로 견학을 간다. 2,3년 전까지는 고학년 아이들은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견학을 가고, 저학년들은 하루에 다녀 올 수 있는 김해 왕릉 같은 곳으로 견학을 많이 갔다. 그런데 올해는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저학년들도 1박 2일 정도로 견학을 간다. 견학지를 살펴보니 주로 산림 박물관을 거쳐 진주 ,하동을 다녀 오거나, 경주 일대의 유적지를 돌아보거나, 경남 고성 지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나 박물관을 다녀 온다.

 

 견학을 다녀오면 학교에서 견학 기록문을 써서 제출하게 한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겪은 일도 많고 재미있게 보내고 온 것 같은데 막상 견학 기록문을 쓰려면 생각나는 게 없단다. 우짜노?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이번에 공룡 박물관과 공룡 발자국을 볼 수 고성을 다녀 왔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고둥도 잡고 아침에 박물관 앞에서 일출도 보고 공룡 박물관 견학과 공룡 발자국까지 보고 나름대로 뜻있는 견학을 다녀 온 모양인데 견학 기록문을 쓰려니 마땅히 쓸게 없단다. 그저 재미있게 놀다(?)왔다. 

 

  이번에 아이들이 다녀온 고성 공룡박물관이 있는 곳은 내 고향이다. 공룡박물관과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다양한 발자국 화석을 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학교 과학책에 나오는 파식 대지나 지층을 관찰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견학지다. 그리고 아이들이 머무는 청소년 수련원 바로 앞이 몽돌해변이라 물이 빠지면 다양한 해양 생물들도 관찰할 수도 있고 여름에는 수영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하며 견학 기록문을 쓰다보니 고향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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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쐬러 장안사 가다-


   웬수(?) 같은 녀석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수업이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끝났다. 수업하고 나니 거의 4시가 다 돼 간다. 정희랑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못살아 정말.

  몇 년 전, 막내 동생이 결혼하기 전에 온 가족이 장안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 하지만 대웅전 쪽에서 바라봤던 앞산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 쏘이고 싶다는 정희를 데리고 장안사를 다녀왔다.

 

  장안사는 제법 유서 깊은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인데 임진왜란 때 불타서 임진 이후에 다시 지었단다. 절 경내를 돌아보고 법당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문안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정희가 법당 안에 조금 앉았다가 가잖다. 대웅전 정면의 문과 양 옆에 문이 열려 있어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 있으니 참 시원하고 좋다. 누가 툭 치길래 보니 정희가 돌아 앉아 앞산을 바라보란다. 몸을 돌려 대웅전 정면으로 열린 문을 향해 앞산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벽 아래 초록 잎새들이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다. 가만히 보고 앉아 있으려니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청량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마음이 차분해 진다. 그런데 퍼뜩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 언젠가 누구에게 들었던 ‘부처님께 등을 보이면 안된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얼른 돌아앉는다. 정희보고 “야, 부처님께 등보이는 거 아니래.” 했더니 정희도 얼른 돌아앉는다.

 

  법당을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본다. 극락전에는 와불이 모셔져 있다. 약간 태국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안사에는 불기 2535년 부처님 진신사리 7과를 봉정받아 3층 석탑에 봉안하고 태국에서 불기 2543년 부처님 진신사리 3가를 봉정받아 극락전 와불 부처님 복장에 봉안하였다. 정희가 왓포에서 봤던 40m와불 생각나느냐고 묻는다. 처음 그 와불을 봤을 때 규모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와불을 따라 한참을 가니 부처님 발바닥 두 개가 보였는데 그 발바닥에는 삼라만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에 모셔진 와불은 아담하고 소담스럽다. 

  마당을 기웃거리며 보니 한켠에 가마솥이 세 개나 있다.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고 있다. 해거름이라 연기가 낮게 깔리면서 매캐한 냄새가 난다.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향수가 일렁인다. 약수 한 바가지를 받아 마시고 작은 연못이랑 찻집도 돌아본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 않고 고즈넉하고 좋다. 지금쯤 척판암과 백련암도 올라가면 볼만할 텐데 시간이 늦어 안돼겠다.

 

  장안사 앞에서 할머니가 팔고 있는 쑥떡을 사서 계곡이 보이는 곳에 앉아 나눠 먹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 오는 길, 기분 좋은 바람이 내 몸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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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 고사가 코앞이어도 5일,6일 연휴 중 하루는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것도 갑자기 경주를 가고 싶었다.

몇 해 전 남두랑 ‘딱’ 이맘 때 남산을 갔다가 길가 지천에 조롱조롱 달린

딸기를 따 먹으며 행복해 했던 일이 생각나자 불현듯 경주로 날고 싶었다.

그런데 못갔다.

미리 계획을 했더라면 알찬 여행을 했을 텐데.


그래서 어영부영 놀다가 오후에 정민이랑 드라이브 간 곳이 대변항.

가는 길에 차가 많이 밀렸다.

햇볕이 사그러드는 오후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몰려 나온 건지

광안대교를 지나 해운대 신도시로 접어드는 길에서 차가 한참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러다가 대변이 아니라 소변도 못 가겠다”고 투덜대다가 쉬엄쉬엄

대변으로 가는 길에 연화리 바닷가를 들렀다.

오늘이 여섯물인가 돼서 오후에 물이 제법 빠졌을 텐데 밀물 때라 바위가 거의 잠겼다.

놀러나온 아이들은 바지를 둥둥 걷어올리고 작은 물고기도 잡고 고둥도 잡느라 이바위

저바위를 왔다갔다 한다.

분주한 아이들 모습을 보니 늘어졌던 몸에 활력이 생긴다.

 

 

바닷가에서 올라가 서랑도예 갤러리 구경을 갔다. 건물 밖에는

다양한 표정의 토우들이 있다. 표정이 재미있다.

 

 


  연화리를 나와 몇 분 거리에 있는 대변항에 들렀다.

 

 입구 공영 주차장을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항구 구경을 갔다.

 멸치 흥정도 하고, 납세미 흥정도 하면서.

 예전에 왔을 때는 멸치잡이 배 한척이 멸치 그물을 털면서 부르는

노동요를 듣기도 했는데 오늘은 없다.

 멸치회를 먹을려고 시장통을 기웃거리는데 멸치가 너무 커서 선듯 사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그래서 깨끗해 보이는 꽁치 회를 먹기로 했다.

싸고 싱싱하고 맛있다.

가족들과 함께 조만간 한번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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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서 망운암을 한번 다녀오자고 하셨다.

그 무렵에 제출해야할 과제가 많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감전동 이모랑 다녀 오시라고 했다. 그런데 사월초파일 할 일을 틈틈이 당겨 하고 바람도 쏘일겸 식구들 모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별난 딸을 둔 탓에 자식들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야.

  토요일 저녁 늦게까지 월요일 수업할 활동지랑 제출할 과제물을 끝내고 새벽에 일어나 망운암 가는 버스를 탔다. 집 가까운 곳에 성각 스님이 운영하시는 원각선원 불교대학이 있어, 그 곳에서 무료셔틀 버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그 차를 타고 갔다.

  4월초만 해도 산야는 푸스므레한 빛을 띄고, 양지바른 언덕빼기에 복사꽃이 핀 정도였는데 5월의 산야는 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오길 잘했다. 공기가 달다.


  남해대교를 건너 망운암 들어가는 길,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임돈데 찾아오는 차들이 많다. 오르는 차와 내려오는 차가 마주치면 비켜설 데가 없다. 아래로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벼랑에서 미니 버스 한 대를 만났다. 우리가 탄 버스가 뒤로 후진을 해야했다. 그런데 운전사가 풀 숲 우거진 곳이 도로와 연결된 평지인 줄 알고 계속 차를 벼랑쪽으로 몰았다. 마침 내려서 차를 인도하던 사람이 놀라 급하게 스톱을 외친다. 기사가 차에 탄 사람들에게 일단 다 내리란다. 내려서 보니 아찔한 광경이다. 겨우 내려오던 차를 보내고 또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간다. 오르는 길에 보니 길게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꽃 밭이 제법 넓게 퍼져있다. 앞주에 이곳에서 철쭉제가 열렸단다.


  어머니는 이모와 오래전에 이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국제 신문 본사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할 때 망운암에 계시던 성각스님이 오셔서 법문하시는 것을 들으시고 이모랑 동생이랑 이 곳을 다녀왔다. 그 때 망운암에 대해 참 좋은 느낌을 받으셨는지 종종 가족들 모두 남해로 여행 겸 한번 다녀 왔으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 보시고는 절 분위기가 참 많이 변했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그 때는 남해읍에서 택시를 타고 와서 바위 계단을 한참 올라와 망운암에 도착할 만큼 힘들었어도 참 수더분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절 입구까지 길을 닦아놓아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왠지 어수선하고 소담스런 맛이 덜하다고 하셨다. 나도 여기저기 산 허리가 잘려 있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망운암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 부산서 온 차는 2시에 출발한단다.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다. 부처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점심 겸 아침 공양을 하고 망운삼을 오르기로 했다.

  망운암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얼마 안가 망운산 정상과 관측봉 가는 길로 갈라진다. 망운산 정상도 코 앞이다. 정은이는 신발이 불편하다고 망운암에 있고, 엄마와 이모는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와 이모부만 관측봉 가는 등선을 올랐다. 올라오면서 봤던 철쭉밭이 능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산길이다. 800고지 이상 높은 산에서는 이번 주에 철쭉제가 열리는 곳이 많더니만 여기는 거의 꽃이 지고 남은 꽃도 빛이 바래가고 있다. 그래도 좋다.

 

                                (망운산 관측봉)

               (관측봉에서 능선을 타고 관제탑 쪽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옅은 안개가 낀 것 같은 날이라 관측봉에서 본 바다는 흐릿하다. 그래도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다운 면모를 아직은 지니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오른쪽은 안 보고 싶다. 여천 화학단지인 모양이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각종 시설물들이 서 있다. 남해 바다가 청정해역이라는 말은 옛말 같다.


  망운암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을 열고 달린다. 온통 마늘 밭이다. 남해는 마늘과 유자가 특산물이란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 특별할 것도 없는 시골길 조차 눈길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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