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침, 한 방을 썼던 일행 몇몇은 대왕암 일출을 보러 나갔다. 나는 어제 그 추위를 생각하니 도저히 나갈 엄두가 안나 밍기적 거리다가 아침 먹기 전에 일행 중 한 분이랑 같이 산책을 나갔다. 아침에 나가도 좋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 파도가 제법 높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머리 속 잡다한 생각들이 다 씻겨 나가는 느낌이다.

 

 아침을 먹고 다시 감은사지를 갔다. 낮에 보는 감은사지는 또 다른 느낌을 다가 온다. 서탑은 보수 중이라 철구조물을 둘러 놓아 못봐서 아쉽다. 무열왕, 문무대왕, 감은사지, 이견대 대왕암, 방학 때 찬찬히 둘러보러 한 번 더 와야겠다.

  다음 들른 곳이 기림사, 대적광전을 둘러보고 기림사 경내 있는 건물들과 돌담을 기웃거리다고 다니다가 간 곳이 기림사 박물관. 이곳에 보물 제 415호 옻칠을 한 건칠보살좌상이 있다. 조선 시대 유물로 추정된다는데 반가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눈매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 한데 조금 무섭다. 우리 나라는 건칠불상이 매우 희소한데다가 이 불상은 조각 기법이 뛰어나고 만든 연대도 정확해서 아주 귀한 유물이란다. 그래서 이것을 보기 위해 이번 답사에 참가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 된 유물중에 하나인 인장. 인장이 6개 있었는데 두 개의 인장은 글자가  독특했다. 서툰듯이 쓰여진 글씬데도 참 매력적이다.

   

기림사를 들렀다가 신라시대 탑 중 하나인 장항리사지 5층 석탑을 보러 갔다. 이 탑은 탑 앞에 마을 이름을 붙여 부른다. 자료가 없어 이 탑이 있는 곳에 있던 절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란다. 도로 옆에 차를 대고 건너편을 보니 탑 2개가 보인다. 답을 보러 계곡을 건너 가는데 절터로 보아 절을 지을 만한 곳은 아닌 듯 한데 왜 여기다가 절을 지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데 이 곳이 노루목이었단다. 옛날에는 사람이 많이 지나다녔던 길이고 이 절을 기점으로 등짐을 진 사람들이 북으로 남으로 흩으졌단다.

  탑이 있는 언덕에 올라서니 “ 어머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참 예쁘다. 건너편에서 볼 때는 회색 빛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누런 탑 두 개가 왠지 쓸쓸해 보였는데. 서탑은 기퉁이 여기저기가 깨어졌지만 온전한 5층 석탑을 모습을 하고 있고 1층 탑신 네 면에 친근한 인상의 인왕상이 새겨져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인왕상 모습이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그런데 동탑은 탑신이 없다. 일제가 보물을 가져 가기 위해 폭파시켜 계곡 여기 저기 탑재들이 뒹굴고 있던 것을 가져다가 맞춰 놓은 것이란다. 그래서 탑 뒤에 탑신 몇 조각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금당 자리에는 부처님은 안계시고 부처님이 앉아 계시던 자리 석조불대좌만 덩그마니 놓여 있다. 석조불대좌를 크기로 보아 규모가 꽤 큰 석불이었던 모양이다. 이 곳에 계시던 부처님은 파괴되어 여러 조각이 난 채 계곡에 버려져 있던 것을 복원해서 경주 박물관에 모셔 놓았단다. 제자리에 앉혀 놓으셔야 편안하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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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1-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왕암 일출 보고 싶은데 사진이 모두 배꼽이에요.

다솜 2006-01-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안 보이는 까닭을 모르겠네요. 제 컴퓨터는 보이는데 왜 그럴까요? 수요일 저녁에 일출 사진 볼 수 있게 고쳐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