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향토 역사 박물관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7) -
공룡 박물관을 다녀오니 큰어머니께서 고기랑 이것저것, 가지고 올라갈 것을 잔뜩 싸 놓으셨다. 점심 먹고 어영부영하면 늦을 것 같아서 얼른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아프단다.
친구는 힘들 때 절에를 가 보고 싶은데 혼자 겁이 나서 못가겠단다. 주변에 아무도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서 함께 갈 사람도 없단다. 그래서 내려 온 김에 운흥사에 함께 가 보기로 했다. 와룡산 기슭에 있는 운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제법 먼 거리(내 기억으로 오고 가고 대 여섯 시간 걸렸던 것 같다)에 있는데도 가을에는 의례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부 걸어서 운흥사로 소풍을 오곤 했었다. 안 그래도 큰어머니께서 날씨가 안 좋다고 삼천포가서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올라가라고 신신 당부를 하셨는데 잘 됐다. 그래서 다음에 내려오면 함께 가 보기로 하고 올라오는 길에 남양에 있는 언니집에 들렀다. 그런데 여기서 그만 어영부영.
언니가 사는 아파트 입구 개울 건너에는 사천 항토 역사 박물관이 있다. 올 때마다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들렀다 갈려고 언니 집 들어가는 길에 고개를 쭉 빼고 문이 열렸는지 살펴봤다. 앞 마당에 축구하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한데 그 사이로 박물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몇 보인다. 자그마한 박물관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 않아서 얼른 보고 올라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언니 집에 들러 점심을 얻어 먹고 언니랑 향토 박물관에 갔다. 그런데 그 박물관에서 안내일을 맡고 있는 아가씨가 언니 시댁 조카다. 참 울 언니도 무심하다. 자기 조카가 여기 근무하고 있는데도 한 번 와 보지도 않고.
1층에는 삼천포 사천 지역 유적지를 소개해 놓고, 2층에는 엣날 우리가 어릴 때 쓰던 농기구들이랑 바다에서 문어나 낙지 같은 것을 잡던 도구를 전시해 놓았다. 참 썰렁하다. 2층에 전시된 농기구들을 보고 옛날 우리 집에 있던, 큰댁에 있던, 그 농기구들을 다 어쨋다는 둥, 이제 빈집에 농기구 굴러 다니는 것 보이면 주워 놓아야 겠다는 둥 한참을 이야기 하다 나왔다.
그런데 언니가 나온 김에 뒤에 있는 와룡산 올라가는 등산로 까지 가보고 가란다. 저수지도 있고 볼 만하단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다 돼 간다. ‘아이구 어차피 늦은 거, 그런데 큰집에서 부산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어른들이 하마나 도착했을 라나 기다리고 계실텐데, 날씨가 안 좋아 걱정하실 텐데......도착하지도 않고 도착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우짜노?. 에라 모르겠다.’ 언니랑 향토박물관 뒷 쪽으로 차를 몰고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니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와룡산 오르는 길, 조금 더 올라가면 용화사라는 절도 있는 모양이다. 입구에서 차를 돌려 내려오다 저수지 밑에 차를 세우고 저수지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참 예쁘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언니랑 들꽃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비오는 저수지만 바라보다 내려왔다. 아쉽다. 비가 안오면 늦게 올라갈 요량하고 와룡산까지 가 볼건데.
어쩌다 한번 고향을 내려오면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참 많다. 언니는 ‘언제 또 내려 올거고’ 이러는데 나도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언니가 운전할 때 조심할 것을 이것저것 알려준다. 그리고 조심해서 천천히 가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고향을 뒤로 하고 올라오는 길 진주를 넘어서니 차가 엄청나게 밀린다. 핸드폰 벨 소리가 빗발친다. 그래도 하나도 짜증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