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이 아파 안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국에 갔을 때 일이다.
“박막자 님, 박막자 님~”
“......”
“막자야, 니 부르네.”
그 소리를 듣고 약을 사러 왔다가 대기석에 않아 있던 여중생 둘이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막자~”
이러더니 한 아이는 터지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지 숫제 입을 막고 약국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도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약국을 나왔다. 그 분 부모님은 ‘막자’라는 이름을 지으실 때 좋은 의미를 담아 지었을 텐데...
여고동창 중에 ‘여인숙’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친구가 있다. 성을 붙이지 않으면 ‘인숙’이라는 평범한 이름인데 성을 붙이면 어감이 달라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던 친구는 자신의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다. 그런데 얼마전에 만난 동창이 이 친구가 이름을 바꿨는데 그 후 삶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동창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티나는 이름’으로 바꾼 후 정말 구질구질했던 그 아이의 삶이 이상하게 ‘부티’나게 바뀌더란다.
이름을 지을 때 부모는 자식이 살아갈 삶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는다. ‘막자’라는 이름을 지을 때 그 부모님은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막자’라는 이름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 위로 딸이 줄줄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들을 낳기 위해 그런 이름을 지으신 것 같다” 고 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일까? 그 아주머니 다음에는 아들이 태어났을까? 그리고 이름따라 팔자가 달라진다는 말은 정말일까? ‘이름’이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오며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