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아는 분 댁에 잠깐 들릴 일이 있었다. 그 동네는 개인 주택과 빌라가 많은 지역이라 골목길이 미로같이 이리저리 얽혀있어 늘 헷갈린다. 어제도 길이 헷갈렸다. 그래서 전화로 정확한 위치를 물으보려고 길 옆에 있는 빌라 주차장에 차를 잠깐 세우고 전화를 번호를 찾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아는 분 댁도 물어보고 근황도 묻으며 한참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뭐하시는 거냐구요?”

 

라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 언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얼른 전화를 끊고 창문을 열고 고개쭈욱 빼고 보니 젊은 총각 하나가 좁은 도로 가운데 서서 도로에 진입하는 차를 손짓으로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무슨 일이 난 것 같았다. 얼른 차에서 내려 뭔일인가 싶어 도로로 나가봤다. 좁은 도로 가운데 술이 취해 쓰러진 듯한 남자가 널부러져 배를 움켜쥐고 있고 그 옆에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남자 배를 발로 차면서 그러고 있었다. 그 옆에는 훤칠한 키에 머리를 빡빡 깎은, 다소 껄렁해 보이는 남자가 팔장을 끼고 쓰러진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쓰러진 남자가 서있는 젊은 남자들이 몰고오던 차에 치인 것 같았다. 그런데 젊은 두 남자는 쓰러진 남자가 돈을 요구하기 위해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살벌한 분위기로 보아 내가 뛰어들 상황도 아니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신고를 해야되는데...?’

  ‘몇번으로 해야되지? 이럴 때 지나가는 사람도 왜 없냐?’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꺾어진 골목쪽에서 ‘캇’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카메라를 맨 사람이 등장하고....

 알고 보니 영화를 찍고 있는 거였다. 저예산 독립영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 나니 허둥거린내가 우스워 어이없는 웃음이 실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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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8-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다행이에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향기로운 2007-08-2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황당한 사건이셨겠어요..^^ 읽으면서 괜히 가슴을 쓸었어요..^^

다솜 2008-06-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할 수록 우습네요. 112에 신고를 했더라면 더 웃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