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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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교훈을 얻는다거나 유희를 즐긴다거나 하는 등의 문학의 기능을 열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서에는 반드시 목적이 따르게 마련이다. 독자는 시를 통해 아름다운 메타포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며, 소설 속에서 다양한 인간탐구의 장에 노출되기도 한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 본연의 고전적 통찰을 이끌어내며, 자기계발서로부터 자신에게 결락된 부분을 확인하고 도전을 얻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수많은 독서의 방향은 결국 '나'를 인식하고, '너'를 이해하며, '우리'를 통찰하는 데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비평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보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지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그 질적 수준을 상향화해왔다. 한국사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였던 국가보안법은 그 악한 기능과 본성을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대통령과 정부를 마음껏 비판해도 뒤탈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신문과 책과 인터넷을 포함한 온갖 미디어는 자유의 만개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사회비평서의 범람 또한 바로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흐름의 연장에 기반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백수청년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라는 재미있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부제 만큼이나 흥미있는 소재를 재료로 하여 한국사회의 단면을 말하는 책이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바로 '욕망'이라는 코드로 한국사회를 비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저자 신승철은 욕망의 코드로 21세기 한국사회를 맛깔나게 얘기한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끄집어낸다. 대마초 비범죄화, 폰섹스, 디카와 개인 블로그 문화, 휴대폰 사회, 얼짱 신드롬, 동성애, 그리고 최근 불거진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이르기까지 솔직하면서도 거친 문장으로 독자와 호흡하길 원하고 있다. 총 36가지의 주제로 우리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각종 문화와 습속, 오류와 모순에 대해 저자 자신의 생각을 '욕망'의 코드로 풀어내고 있어 자못 신선하고 흥미롭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날카롭게 소재를 추출해서 매우 솔직한 문장으로 사회를 비평하는 데 있다. 대마초, 섹스, 동성애 등 오픈하기 힘든 내밀한 소재들을 다분히 솔직하고 자신의 고백적 문체로 연결지어 얘기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공감하고 웃음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저자의 솔직한 접근 방식에 기인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중량감은 한없이 가볍기만 하다. 저자가 사회를 비평하는 수준이 고작 '반영'에 머물러 '해석'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세계의 거울이자 증상인 책으로, 해석을 부인하고 그저 '사실'에 입각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해석을 통해 기존 세계를 비틀고 자기 세계를 만들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맞아. 정말 그래. 근데 어쩌라고?"라며 질문하는 독자의 독백에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날카롭다. 그리고 흥미있다. 그래서 공감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회를 비평하기 위해 활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해석'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얇은 사회비평서의 존재감은 바로 <거기>까지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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