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이야기 1 - 분열왕국의 시작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최근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리더십의 교체를 보며 무언가의 열망이 들끓었다. 리더십에 관한 지혜가 목말랐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책을 찾기 위해 서재를 뒤졌다. 한홍 목사의 『왕들의 이야기』는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책이다. 오래전 탐독했었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대 이스라엘 왕조사를 훑는다. 통일 이스라엘의 3대 왕 솔로몬을 시작으로 분열 왕국 이후의 수많은 열왕들을 다룬다. 구약성경 <열왕기서>를 쉽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책 전면 표지에는 '이스라엘 왕조사로 훑는 하나님의 리더십 코드'라는 부제를 달았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하다.

주지하다시피 <열왕기서>는 솔로몬 때부터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의 최후 주전 586년까지, 약 400년 동안 유다와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42명의 왕들, 북방 이스라엘의 19명, 남방 유다의 23명과 12명의 선지자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에는 야합과 시드기야 같은 악한 군주가 많았다. 반면 요시야나 히스기야 같은 거룩하고 탁월한 지도자도 있었다. 각 왕들마다 공과는 무엇이고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땠으며 결국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왕들의 이야기』는 저자가 <열왕기서>를 현대적 언어로 정리하고 풀어낸 해설서다.

성경을 읽다 보면―오롯이 인간적 기준에서―너무 재미있어 술술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지독하게 지루해서 한 장도 넘기기 힘든 부분이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가령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지만 재미도 잠시 바로 이어지는 레위기의 지루함은 얼마나 곤욕스러운가. 물론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인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 인간의 지적·언어적 한계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열왕기서>가 훑는 이스라엘 왕국의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

『왕들의 이야기』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질문은 '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왕은 세상 왕과는 달라야 하며 그 최고의 전범과 다수의 좋지 않은 사례들을 기술한다. 왕권을 가장 모범적으로 행사한 자는 다윗이다. 다윗이야말로 하나님 마음에 합한 왕으로서 이스라엘의 왕권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 사례다. 그렇기에 제법 괜찮은 이스라엘 왕이 죽을 때마다 성경은 최고의 극찬으로 "다윗과 같이 정직했다"라는 문장으로 평가한다. 남유다의 세 왕, 즉 여호사밧, 히스기야, 요시야만이 그 영광스러운 닉네임을 선사받았다. 대부분 악하고 교만하고 어리석었다. 하나님은 분노하셨고 왕국은 비참했다.

북이스라엘은 선한 왕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악했고 어리석었다. 특히 아합과 므낫세의 집권기는 악함의 극치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 구조와 형태가 하나의 패턴이 되어 여호와 하나님을 두고두고 노엽게 한다. 마치 누가 더 악한지 악의 올림픽 대회를 펼치는 것 같다. 결국 북이스라엘은 남유다보다 130년이나 먼저 멸망해 앗수르 제국의 노예가 되어 고통을 당한다. 당시 앗수르의 잔인한 동화정책으로 인해 사마리아인들은 인종이 섞이게 되었고 훗날 70년 바벨론 포로기 후 복귀한 유다인들에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치욕적인 신세가 된다.

남·북 이스라엘 왕정사에 왜 그렇게 악한 왕이 많았을까 생각했다. 선에도 전범이 있듯 악에도 시조가 있다. 난 후자의 타깃을 솔로몬으로 잡는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왕들이 저지른 가장 악랄한 범죄가 바로 우상숭배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죄이기 때문에 모세에게 율법을 전달할 때 첫 번째로 기록했는데도 말이다. 지혜를 구함으로 찬란하게 시작된 솔로몬의 왕권은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이방 여인을 취하고 그들의 우상을 허용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는다. 두 번이나 주어진 회계의 기회도 무시할 만큼 솔로몬의 지혜와 영성은 사라졌다. 아버지 잘 둔 덕에 목숨은 부지하였고 자기 집권기에 왕국 분열은 막을 수 있었다. 솔로몬의 죄로 인해 그의 사후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지고 우상숭배라는 이스라엘의 씻을 수 없는 죄의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걸 <열왕기서>는 잘 보여준다.

우상숭배를 비롯하여 온갖 죄에 찌든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말로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북이스라엘은 BC 722년에 앗수르에 의해, 남유다는 BC 586년에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다. 남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는 두 눈이 뽑힌 채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다. 남유다는 다윗과의 언약을 충실히 지키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인해 다윗의 혈통이 계속해서 왕이 된 데 비해 북이스라엘은 여로보암의 반역을 포함 총 9번이나 왕조가 바뀐다. 모두 선왕을 배반하고 독살한 쿠데타에 의해서다. 300년도 채 되지 않을 동안 왕조가 9번 바뀌었다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사무엘서>의 희망적 메시지와는 달리 <열왕기서>의 참혹한 왕조사는 결국 왕직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이스라엘의 왕직은 진짜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 한홍 목사의 필치는 힘 있고 세련됐다. <열왕기서>를 일반 성도들도 알기 쉽도록 체계적으로 잘 정리했다. 강조해야 할 부분을 잘 강조했고 각 파트마다 목사로서의 자신의 강해를 덧붙였다. 왕의 이야기에만 함몰되지 않았고 하나님의 입장을 대변한 선지자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기술했다. 이스라엘 왕직이 선지자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고유한 특징을 잘 부언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도, 도표, 지도를 적절히 배치했고 남·북 이스라엘 왕조를 동시대에서 구분·비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을 참고한다면 <열왕기서>를 폭넓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누구나 왕이 되려 한다. 대접하는 것보다 대접받으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큰 사회이든 작은 조직이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을 추구하고 있는 자화상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인식할 때 즈음은 이미 늦었다. 사람들 앞에 왕처럼 군림하는 맛은 마치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예수를 믿든 믿지 않든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왕 맛'에 함몰되어 자신의 영혼을 파괴시키고 있다. 성경 <열왕기서>는 단호히 일갈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진정한 왕은 따로 있다는 것을. 이 거대한 메시지를 쉽고 박력 있고 세련되게 풀어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 『왕들의 이야기』는 값지다. 리더십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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