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자유의지의 실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을 반복하여 봤었다. 그 영화에도 유우머가 있다. 그 주연은 배우 송강호다. 12살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꾸었던 봉감독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봉감독도 어려서부터 집안 환경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의 어린시절도 변두리 마을 조무래기들과의 부딪침속에서 자신에 대한 열망이 자랄 것이다. 그가 자란 전남 함평지역은 영산강유역의 평야지대다. 읍내에 들어 온 서커스단 연사의 만담은 시골소녀에게 꿈꾸게 했다. '이야기의 선순환' 이랄까, 그는 동네에 돌아와 만담을 전해주는 인기스타가 되었다. '이야기의 힘' 을 믿게 되었다.

 

  저자는 20대 중반때 중환자실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잊지 못한다. 일찍 어머니를 잃었고 가장 노릇을 하면서 살아가야 했던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강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언젠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뤄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저자의 <진이, 지니>(은행나무)가 그 결과물이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선순환시킨 내용은 침팬지 사육사인 주인공 '진이' 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간과 가장 흡사한 DNA를 가진  보노보 '지니'의 몸속으로 영혼이 이동한다. 이후 우연히 알게된 청년 백수 '민주'와 함께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운명적인 사랑' 에 빠지는 이야기다.

 

 1915 작, 카프카의 <변신>(솔)의 첫 문장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다. <죽음 1>(열린책들) 에서는 '누가 날 죽였을까' 이다.  <진이, 지니> 에서 사자의 영혼이 다른 유체로 이동한 반면 카프카의 <변신> 은 육체가 벌레기 된다.

 

  <죽음> 에서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육신을 잃어버린 걸 깨달은 인기 추리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유명작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이다. <진이, 지니> 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전개하듯 <죽음> 에서는 구천을 떠도는 작가의 영혼과 인간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연애 감정을 묘사한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이 제시한 낯선 세계로 함께 들어가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온갖 감정의 격랑을 겪은 다음 소설 밖으로 나오면 오랜 여운과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서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김영사) 는 이창복 명예교수가 문학 속의 죽음을 연구했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근현대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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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후에 나라는 사림이 이렇게 기억되길
    from 고립된 낙원 2019-06-04 22:47 
    작가 김훈의 현재 고민은 죽음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 할 것인가와 후배들에게 어떻게 잘 물여줄 것인가다. 자신의 사후 평가가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다' 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했다. 글 잘 쓰고 나발이고 필요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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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그는 뇌연화증 환자였다. 이 병은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이 차단되어 그 주변 뇌조직이 괴사된 증상이다. 보통은 뇌혈전증은 혈관의 혈전에 의해 막히는 현상이며, 뇌색전증은 혈관밖의 이물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현상이다. 결국은 뇌연화증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는 건강 악화로 머리에서 발바닥까지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좋은 날씨와 신선한 공기를 찾아 유럽의 여러 고산 지대, 바닷가, 호숫가를 떠돌아 다니며 집필에 집중했다. 추측이지만 초인의 탐구자로, 여러 사상의 실험을 사색과 공간의 이동으로 가능했던 것 같다.

 

  그와중에도 그에게 혁신적인 집필 도구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는 1882년 1월에 덴마크제 몰링 한센 타자기를 주문하게 된다. 니체는 이 문명의 도구를 갖게 된 뒤로 집필을 제개한다. 아픈 그에게는 특급 대필자였다. 21세기 작가들에게는 니체의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있다. 연필의 삭각거림을 놓치기 싫은 작가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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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작가는 지난친 감정 소비를 방지 하기 위해 영화 등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감정을 쏟는 것을 경계한다. 아마 집필하거나 작품 구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산후 우울증이나 창작 전시회를 치루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과 같다. 쓰는 내내 감정 소모가 막심해진 작가는 집안일, 운동, 외출, 독서 등 어떤 것을 하고 싶지 않는 상태을 탈출하기 위한 특별한 여행이 필요했다(재충전). 작가는 '안나푸리나' 로 떠나기 했다. 떠나기 위한 준비와 주변 설득 그리고 함께 갈 동료를 찾아가는데,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은행나무)은 그렇게 이여진다.

 

  저자는 <진이, 지니>(은행나무) 구상에서도 인간의 '자유의지' 에 대한 언급했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의지' 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던질 수 있는 욕망' 이라고 했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죽기전까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목표가 출세나 성공과 상관없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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