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책표지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했다. 눈길을 끌었던 책표지의 디자인이 인상적인 장편소설이다. 여인의 복식은 충분히 작품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작은 두 아이들. 이들은 쌍둥이들이다. 그녀의 아이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는 짐작을 끌어안고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첫 문장과 도입부의 이야기 전개는 매우 강하게 작품 속으로 흡입해갔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음울한 달인 5월. 아예매냄을 설명한다. 이곳의 밤은 음울한 기대가 배어 있다고 전한다. 햇빛 속에서 당황한 채 죽어가는 청파리들. 강물. 라헬과 에스타 두 아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인 암무의 이야기도 기억해야 한다. 소피 몰이라는 어린아이의 장례식장의 모습과 소피 몰이 도착한 공항과 집안사람들의 모습들까지도 모두 기억해야 한다.

베이비 코참마의 묵주. 구슬 줄에 달린 은 십자가상.

탐욕스러운 구슬 한 알...

돌려보내지다. 쌍둥이의 운명인 것처럼. 빌려가고 돌려보내지고. 도서관의 책처럼. 217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작가의 작품이었다. 만나는 작가들마다 자기만의 색을 확연하게 드러내는데 이 작품은 또 다른 작품으로 다가선 소설이다. 카스트 제도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 정치적 문제까지도 소설은 놓치지 않고 있다.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이라는 곳에서 그들이 보이는 차별과 무시, 멸시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관습이 가진 악습의 추악한 모습들이 남편이 아내에게, 아들이 어머니에게 비인도적인 모습들로 반복되고 학습되고 있을 뿐이다. 남편은 아내를 구타하고, 아내는 구타에 학습된다.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며, 그 기억을 결코 지우지 못하고 떠올리게 된다. 오랜 결혼생활이 남긴 오랜 구타의 상처. 바이올린 연주. 오후처럼 연기처럼 퍼지는 음악을 볼 수 있었다. (232쪽) 비단 작품 속의 나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들과 어린 자녀들은 가장이라는 권위에 무너지고 참아내야 할 굴레였지 않은가. 문제의식을 가지면 팔자가 세다고 사회는 말했다. 가정폭력이라는 단어와 법적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왜 중요한지 이 소설에서도 우리는 목도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편견. 카스트 문제. 384쪽. 383쪽

'가장'이라는 손쉬운 권위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아내나 어머니의 존재는 선경 쓰지 않았다. 375

'그분'은 그녀를 '에디'라고 불렀는데, 이는 '야,너!'에 가까웠다. 372

상실의 신. 작은 것들의 신. 책 제목을 꼭 부여잡고 읽게 하는 소설이다. 소피 몰이라는 소녀의 예고되지 않은 죽음. 장례식. 상실이 가지는 굳건한 의미들. 증오가 가지는 음모와 계략. 작은 자들이 갑작스럽게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남편의 구타, 아버지의 구타,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차별, 멸시, 신분이 가지는 멸시와 모멸감 그리고 차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사람들과 사용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작은 것들의 죽음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방식까지도 작품에서 우리는 읽어야 한다. 언론에 실린 기사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작은 것들을 다루고 있는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가진 폭력의 잔혹성, 열다섯 살 시민에게 미국의 경찰이 보이는 폭력성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고 소설에 투영하고 있다. 화장장. 썩어가는 황폐한 분위기. 휑하다. 군중도 없었다. 거지, 부랑자, 경찰에 구금됐다가 죽은 사람들의 시신만이 거기서 화장되었다. 226

폭력이 가지는 의미와 진동은 대단하다. 그 파동은 놀라울 정도이다. 물리적 폭력도 있지만 쌍둥이 아이들과 이들의 엄마를 향한 폭력도 무서울 정도로 이들을 파멸시키고 해체시키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을 이 작품에서도 하나둘씩 만나게 한다. 거짓말로 경찰에 진술을 하는 모습. 사실 진위도 확인 없이 경찰들이 한 사람을 죽음에 도달하게 하는 잔혹한 폭력성과 거짓된 언론 기사, 경찰의 공권력의 폭력. 사실적인 표현들이 전쟁의 군인들이 보이는 폭력성과 다르지 않게 묘사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알지 못했던 전쟁 중의 폭력성을 경찰들이 보이는 폭력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놀라웠다. 얼마나 더 놀라워하면서 인간을 이해해야 할까.

어떤 짐승도 그 범위와 힘에서 인간의 증오에 필적할 수 없었다. 329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들은 너를 조금 덜 사랑하게 된단다. 159

문학은 힘이 강하다. 글이 가지는 시대의 이야기, 폭력의 이야기와 신분계급의 문제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그 이야기들이 낮은 물결들로 흘러가는 작품이었다. 상당히 무거웠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덮을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소피 몰이라는 소녀의 죽음이 가장 먼저 궁금했다. 그리고 작은 것들의 신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치유받고자 선택한 여행길에 그녀가 가진 전부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그녀가 가지게 되는 상실은 전부를 잃는 것이었다. 기억이 소멸되고, 소리가 사라지고, 며칠이 지났는지도 시간까지도 상실되고 만다. 작은 것들의 신. 상실의 신. 많은 것들이 꼬리를 물면서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상처받은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왔지만 그 대신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는 유리처럼 부서졌다.(소피 몰의 죽음) 362

골무로 음료를 마시던 아이. 관 속에서 재주넘던 아이.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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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작은 집 - 작은 집도 넓게 쓰는 독일식 정리.수납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정리와 수납을 잘하면 같은 공간이라도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펼치게 한 이유였다. 작은 집은 아니지만 살림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지금도 그냥 스치고 지나치지 못한다. 살림이 좋고, 한 번씩 정리하는 시간을 좋아해서 며칠 전에도 책들을 정리했다. 책장의 책들을 모두 다시금 살펴보면서 분류하고 다시금 정리했다. 다시금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보여서 좋았기에 이러한 정리 시간을 좋아한다.

이 책은 독일식 정리 수납 생활법이 하나씩 전해진다. 부모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 저자분의 생활력이 묻어나는 책이다. 독일에서 코감기에 걸리거나 코가 막히면 어떻게 민간요법을 이용했는지도 이 책은 전해주고 있다. 허브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물을 분무해 주면서 수형도 잡고 있는데 이 책에도 식물 화분들이 인테리어 효과를 주는 사진들이 보여서 보는 재미도 좋았던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모님의 집이었다. 오래된 집이지만 고치고 가꾸면서 집안을 꾸준히 가꾸는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좋았다. 커튼 뒷면에 숨은 수납장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좋은 집이라면 이 책이 전하는 tip도 유용할 듯하다.

필요한 만큼만 살림을 가지고 살고 있다. 집은 작지 않다 보니 빈 공간도 제법 많은 편이다. 그래도 가구나 살림을 채워 넣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그저 작은 살림으로 큰 공간을 어떻게 이쁘게 아름답게 살아볼까 하는 것에만 늘 관심이 많다. 정리하는 법, 수납하는 법은 늘 배우면서 따라 해보는 것도 많은 편이다.

이 책은 일본 요리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가 독일인 어머니에게 배운 아늑하게 사는 법이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생각한 것보다는 내용이 풍성하지는 않다. 책 사이즈도 작고, 페이지도 많지 않은 편이다. 요리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는 tip이 있다. 허브에 대한 정보도 있으며, 주방 수납에 대한 정보도 사진자료와 함께 많이 소개되고 있다.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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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69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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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은 처음이라 설레입니다. 3권 세트. 방대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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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268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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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은 처음이라 설레입니다. 3권 세트. 방대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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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67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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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은 처음이라 설레입니다. 3권 세트. 방대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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