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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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그림책 비평가들을 사로잡은 다수 수상작 그림책이다. 펜 터치와 담수로 그려낸 듯 맑은 수채화가 특징이며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게 되는 그림책이다. 한국어판 15만 부 판매 기념으로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읽으면서 작품의 이끌림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 루스모어가 우연히 발견한 거인의 이를 통해 전설에 등장하는 거인족의 나라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험준한 탐험길을 전하면서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삼체 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이 내용과도 상통한다. 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에 수많은 자연 생명체가 파괴되고 있음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도 다르지가 않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칼럼집 내용이 떠오른다. 다양한 매체들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언급하지만 환경파괴는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시선을 멈추지를 못하게 된다.



​삶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인문서이다. 12-13세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깊은 사유의 길을 걷다보면 철학적인 질문도 놓치지 않게 된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금까지 인간이 황폐화시킨 것들을 보게 한다. 인간의 아둔함과 협소한 사고는 이 이야기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공존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는지 거듭 확인시켜주는 이야기이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도록 철학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시가 되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프랑수아 플라스의 작품이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찾아갔던 한 지리학자의 회고담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탐험을 떠나면서 경험하는 위험들도 전해진다. 문명을 유지하고자 다른 문명을 거침없이 침범하는 인류의 역사가 이야기된다.


침략자는 상대를 적대시하고 문화와 문명을 탐험한 탐험가들은 상징적인 것을 소유하고 전시한다. 거침없이 도륙당한 역사들이 있다. 살인하면서 상대 문명을 침략하지만 스스로를 탐험가라고 명명한 역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기울어진 역사관을 비틀어서 제자리에 놓고 보는 역사관도 필요해진다. 이 그림책도 도움을 주는 내용을 이룬다. 누군가에게는 탐험이며 탐험가라고 말하겠지만 침략당하는 누군가는 모든 것을 빼앗기는 운명이 된다. 편협한 사고는 위험하다.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대이다.



주인공은 기이한 거인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을 치유해 주면서 보호해 준다. 거대한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피부의 문양과 기묘한 경험을 목격했던 나날들을 그는 잊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전하자 거인들은 그가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주기까지 한다.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은 스케치하여 사람들에게 거인들이 있다는 것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유명해진다. 그가 지키지 못한 것과 자신의 욕망의 민낯을 어느 순간 목도하게 된다. 그의 눈앞에 있는 거인의 머리는 많은 충격과 슬픔으로 전해진다.


그가 거인들에게서 받은 친절은 어디로 흩날려버렸는지 질문하게 된다. 그의 생각과 판단들은 되돌릴 수 없는 슬픔으로 눈앞에 펼쳐지면서 실망스럽고 잔혹한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침략의 역사는 탐험의 역사로 기록되면서 미화되는 것을 무수히 보게 된다. 넷플릭스 <아웃랜드> 시리즈를 통해서도 영국의 침략에 고통당한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인디언들의 역사도 떠올리게 된다. 침략당한 문명은 박물관에 전시되는 문물이 된다. 그것이 진정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이 피에 물든 역사는 아닌지 관람객들은 진지해질 필요를 느끼게 된다. 폭력의 역사, 전쟁의 역사, 살인의 역사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 이 작품에서도 인간은 거인의 머리를 과시하면서 자랑스러워한다. 전쟁의 훈장은 결코 자랑스러운 전리품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선악을 무수히 목도하게 된다. 잔혹한 전쟁을 고발하는 문학들을 무수히 읽으면서 영혼이 피폐해진 참전 군인들을 무수히 보게 된다. 상대를 살인하는 행위는 정당한 것인지 질문을 놓으면 안 된다. 허구이지만 이야기에는 역사가 숨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인류가 반복하는 어리석음의 역사이며, 후회는 늦은 것임을 보여준다. 인류가 파괴한 것들과 지금도 파괴되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최재천 교수의 "스스로 자기 집을 부수고 있는 인간들에게" 글도 유익하게 자리잡는다.



탐험은 고행이었습니다. _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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