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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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도서를 처음으로 읽었던 대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우연히 읽은 책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면서 부당함이 얼마나 사회 깊숙이 오랜 역사를 강압적으로 지배했는지 눈뜨게 하였다. 남몰래 눈물을 흘린 지난날들이 가부장제, 남녀차별에 흘렸던 눈물이었음을 자각하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결혼과 결혼생활까지 적잖은 도움을 준 것이 페미니즘이다. 세상의 잣대는 날카롭게 여성의 존재 자체를 비하하였다. 『마녀』에 관련된 책들도 꾸준히 읽으면서 예술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도 꾸준히 찾아서 읽었다. 구석구석 자리 잡은 성차별의 흔적들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여성을 강타했는지 역사속에서, 예술과 잔혹한 역사속에서 사라진 여성들의 화형과 종교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연장선이 되어준다.

벨 훅스라는 인물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본명은 글로리아 진 왓킨스이며 벨 훅스는 필명이다.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의 교차점에 주목한 인물이다. 흑인이며 여성이고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존재 자체와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혹한 환경을 인지하지만 굴하지 않고 글을 쓴 인물이다. 억압의 교차점에 서서 쓰인 책들이 한 권씩 소개된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 『난 여자가 아닙니까?』 책과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교육 3부작이라는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비판적 사고 가르치기』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된다.

벨 훅스 독서 모임은 보다 입체적으로 벨 훅스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인도된다.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끈다. 생각하는 일과 실천, 고민과 질문, 탐구의 과정이 전해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녀에 관련된 도서를 읽으면서 종교와 연관된 여성의 삶은 섬뜩하게 기록된다. <아웃랜드>시리즈에 등장하는 치유자를 마녀라고 말하는 종교적 집단이 집행하는 화형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마녀라고 불린 수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함께 소환된다. 지금 이 시대 한국에서도 여성의 존재는 위태롭다. 여성 혐오라는 폭력으로 가해지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적 백인우월주의적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라는

용어를 만들었을 만큼

사회 비판적인 글을 대다수 썼다. 7



제국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의미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위협적인 용어는 고스란히 우리의 역사와 이 시대에도 현존한다. 공동 저자들의 글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벨 훅스를 알게 해준다. 더욱 궁금해지는 자극제가 되면서 사고의 범주를 더욱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되는 글들을 만나게 된다. 글들을 통해서 고민한 흔적들이 점철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소설이 떠오른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지, 생각하는 사람인지 무수히 확인하게 된다. 책이 던지는 고민한 흔적들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과정이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한 흔적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깊숙하게 연구하며 살펴보고 고민한 흔적은 깊기만 하다. 기대한 것보다도 더 깊었던 글들을 다수 만나는 시간이다.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이 이렇게 강력하게 강타할 줄은 몰랐다. 고민한 사람들의 흔적들은 고귀해진다.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인 『인형의 집』 소설, 『사물의 가부장제』, 이슬아의 『가녀장의 시대』,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학계의 성차별을 언급하는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와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이고은의 『여성의 글쓰기』, 아니 에르노의 『세월』,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모나 숄레의 『마녀』, 『마마 콤플렉스』,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음의 푸른 상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청년세대의 디스토피아와 반지성주의와 혐오에 대한 『공정감각』,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이유리의 『기울어진 미술관』,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 알릭스 파레의 『마녀』도 다시금 펼쳐보게 된다. 무수한 작가들이 멈추지 않고 의문을 제시하고 바로잡고자 노력한 흔적들이다. 그 연결고리는 지금도 이 도서를 통해서도 유유히 흐른다. 그래서 고귀한 가치는 발현된다.

죽도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아니라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103

낡은 정치인... 적정 최저임금...

골프장 조성의 경제적 효과 산정한다는 계산법 103

하나의 하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굶기는 행동에 왜 이렇게 익숙해졌을까.

기준에 맞지 않는 여성들 125



죽도록 일하라고 하는 자본주의를 다시 제대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글도 마주한다. 죽도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흔적의 글도 마주보게 된다. 한쪽 면만을 바라보면서 죽도록 일하고 있는 이 시대에 질문이 된다. <종이달>영화를 시청중이다. 일중독에 걸린 남편과 표정을 잃어버린 아내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죽도록 일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남편의 시간에 죽도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어보면 아내의 일상은 다른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너무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세상을 새롭게 꿈꾸도록 희망을 주는 질문들이 던져진다. 뒤틀린 것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작업의 흔적들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저자들의 글들에는 그러한 작업과 질문들이 쏟아진다. 하나씩 주워 담는 과정은 깨어나는 희망이며 빛이 된다. 한쪽 얼굴만 바라보지 않는 삶,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희망을 담는 움직임이다.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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