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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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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한 깊은 관조가 느껴지는 김초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인간이 이루는 집단의 사고의 범주를 바라보게 한다. 자아를 가진 존재와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는 살아도 되는 존재와 죽어도 되는 존재인지도 질문하게 한다. 인간사회를 이루는 집단에게 유해한 존재를 무자비하게 죽여도 된다고 결정하는 집단이 있다. 인간들이 지하세계로 들어가서 생존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왜 지상의 세계에서 살지 못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지상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 이들이 상상하는 지상세계의 아름다움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노을이 지는 풍경, 별이 빛나는 밤, 바람의 촉감, 새의 지저귐과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는 계절의 변화까지도 어둠으로 쌓인 지하세계에서는 상상으로만 그려낼 뿐이다.
입양된 아이 태린이 있다. 입양된 아이를 양육한 어른 이제프가 있다. 이제프에게 의지하는 태린은 파견자라는 지상의 세계로 파견되는 직업을 가지고자 한다. 이제프의 전직업이 파견자였기에 태린은 이제프와 같이 파견자로 입무를 수행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제프는 태린의 꿈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이제프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파견자로 입무를 수행한 이제프의 지난 사연과 지금은 파견자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를 계속 살피게 한다.
뇌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태린은 이러한 현상을 자신의 뇌에 이식한 프로그램의 오류일거라고 짐작한다. 이상한 현상들이 자꾸만 일어나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 태린은 이러한 현상을 이제프에게도 말한다. 자아를 잃고 미치는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지하세계에서는 강제로 잡아가고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범람체라는 지상의 물질에 오염되어 뇌가 오작동하여 미치는 현상을 지하세계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범람체를 극도로 혐오하고 분노한다. 이러한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파견자가 되는 조건이 된다. 물론 훈련과 시험준비도 해야한다. 단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지는 시험을 준비하는 태린이 있다. 태린은 파견자가 될 수 있을까?
인간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
그냥 버리는 대신 필요한 곳에 소모하려고 하는 것이다.
(파견 본부 입장) 147
지배 당하는 자와 지배하는 존재도 있다. 지배당하면 미치는 광인이 된다. 하지만 서로가 길들이면서 서로를 인정해주는 존재는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상호존재하는 두 자아가 한 육체에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범람체들도 인간들도 주시하게 된다. 태린의 몸에는 두 자아가 존재한다. 희귀한 상황에 태린을 생명체가 아닌 도구로만 생각하는 집단의 결정과 파견업무도 예리하게 직시하게 된다. 범람체에 노출되어 인간이 아니지만 유해하지 않는 인간들을 폭탄물로 이용할려는 집단의 이기적인 결정도 펼쳐놓는다. 집단의 결정권자들이 쉽게 결정하는 것에 움직이는 이들의 생명은 하찮은 의미로 남겨진다. 이름없이 사라지는 존재들이 투영된다.
가짜뉴스의 파급효과는 소설에도 등장한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존재가 있다. 진실의 라디오 뉴스와 가짜 라디오 뉴스는 다른 파급효과를 이룬다. 현대사회의 모습과도 다르지가 않다. 진실은 감추고 가짜로 대중을 눈가리는 뉴스들은 지금도 조작된다.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파견자 3명이 업무지시를 받는다. 이들은 지상세계의 업무내용을 잘 수행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아름다운 행성이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니라
저들의 것이라니...
지상으로부터 추방된 인간 158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잔인한 프로젝트의 설계자였던 이제프를 냉철하게 주시해야 한다. 냉담한 성정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타입이라고 설명되는 인물이다.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상징적이다. 어둠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은 아닌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균류의 등장과 범람체을 이해하면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과학책이 자주 상기된다. 대기 오염과 해양 오염, 토양 오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성을 인지못하는 우매한 현대인들의 움직임은 언제쯤 자각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심각한 환경오염은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순환되는 환경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지금도 목도하게 된다. 먹거리와 숨쉴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하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가 않은 상황이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주워담는 소설이다.
지하의 사람들이 절대 범람체와의
공생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 315
공생의 의미를 태린을 통해서 보게 된다. 지배당하고 지배하는 존재는 결국에는 파국으로 내몰리면서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유일하게 생존한 태린이가 대답해준다. 협업, 협동, 공생을 지긋하게 바라보게 된다. 편협한 사고, 무자비한 인류와 집단이 조명된다. 균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목조목 상기하면서 사랑하고 치유해주면서 다정하게 생태계를 조화롭게 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환상적인 소설이지만 목소리가 분명한 이야기로 남는 인상적인 소설이다. 평화가 목적이 아닌 조직이 있다.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은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지금도 어둠의 세계, 지하세계에서 생활할 뿐이다.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의 대상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을 가리고 어둠 속에서 창을 마구 휘둘러 왔다. 무지했던 창은 오히려 우리 자신을 찌르고 파괴했다. 우리가 싸우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이 조직을 설립하려 한다. 이 조직의 목적은 하나다. 우리는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를 바란다.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