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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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의 부고는 큰 흔들림으로 남는다.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진다. 죽음은 가까이에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죽음을 관조하면서 하루를 살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은 큰 의미이다. 지리산에 홀로 생활하면서 해가 지는 광경을 보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는 반복된 생활이 전해진다. 3년 전부터 SNS를 멈추었다는 사실도 책에서 언급하면서 '진보와 정의, 가난, 사랑, 신앙'에 대해서도 회고를 한다. 권력과 편향에 대해서도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글귀가 전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앙적 삶과 묵상이다. 광야와 기도가 두드러진다. 성경의 인물들과 장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신앙의 바탕을 더욱 깊게 새겨 넣는다. '이웃에게 무관심하지 말라'는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유언도 몇 번을 읊조리게 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며 무관심하게 살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소수의 편에 서면 다시 외로워질 것'이라는 사실도 전해진다. 편가르는 사회적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포용하고 다정해지는 사회를 꿈꾸게 된다. 차별, 편향, 혐오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 불쑤시개가 되는 이런 분열은 권력들이 좋아하는 이슈이다. 화합하고 이해하는 사회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불평등과 불공정은 위험한 수준으로 사회를 위협한다. 사랑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사랑의 온도가 낮아지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바싹 온기를 더욱 불어넣는 겨울이 된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를 희망하면서 신앙의 끈을 더욱 붙들게 된다.

우리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기도일까? 하느님의 나라를 위하는 기도인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기도인지도 거듭 질문해야 한다. 통곡의 벽에 놓여있는 쪽지들에는 어떤 기도들이 적혀있을까? 기도를 더욱 조밀하게 관조하게 된다. 하루에 기도하는 시간, 한 달에 기도하는 시간, 일 년에 기도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도 돌아보게 한다. 성경의 인물과 배경적 상황들을 더욱 내밀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내용들이 사진들과 설명들이 이어진다. 가파른 곳, 경사진 곳, 좁은 길, 좁은 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과 피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마음과 그곳에 있기 전까지 기도하였을 그리스도의 모습도 깊게 떠올리게 한다. 다 이루었다고 말하는 순간과 그때의 어두워진 하늘까지도 선명해진다.

십자가가 퇴색되지 않기를, 고독의 의미와 기도의 의미를 더욱 바라보게 한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질문한다. 값진 삶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게 한다. 마태오가 기록한 성경 속의 여인들을 불러놓는다. 과부, 이방인, 창녀가 그리스도의 여성 조상임을 조명하면서 마태오의 의중을 살펴보게 한다. 12월 베들레헴의 밤 기온이 7~8도라고 한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그리스도와 마리아와 요셉의 추위까지도 짐작하게 한다. 명동 성당의 구유에 누운 예수를 오랜시간 바라보았던 12월이다. 크리스마스도 다른 분위기로 맞이하게 된다. 천사가 나타났을 때 마리아의 나이와 용기있게 대답하는 믿음의 크기와 요셉의 믿음까지도 진중하게 바라보게 한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용기 낸 마리아의 대답과 신의 계획은 광대해진다.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값진 삶이란 무엇입니까? 190


내 기도는 ... 아버지의 뜻이 아니라 내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163

가난, 사랑, 정의, 신앙. 집착이 될 수 있다는 것. 깨달음 76



구약 두루마기를 기록한 이들에 대한 내용과 유대인들이 경멸을 보낸 것들이 무엇인지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이름을 불러준 예수'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독일이 유대인들에게 이름을 지우고 숫자로 불렀던 이유와 감옥에서 정교한 감정 차단 장치로 수형 번호를 이용한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모세를 약속의 땅에 들여보내지 않은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육체의 기억이 지워지는 시간, 노예의 기억, 노예근성의 시간을 지우기까지가 4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라는 것을 사유하게 한다. 노예근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사회에도 암시적으로 시사하는 것이 많아진다.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려야 하는 선택의 시대이다. 이 시대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몫이 된다.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받는 내용들이 많이 전달된다. 예수 감옥도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된다. 예수의 두 다리를 넣었던 구멍도 소개된다. "혼자서 뭐 하고 지내요? 죽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17쪽) 죽음을 가까이에서 관조하는 삶을 보내기에 이 대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이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조곤조곤 설명되는 산문집이다. 회고하고 반성하며 달라진 신앙적 삶이 전해지는 여행 산문집이다.



영성 생활이 사막...

하루에 한 시간,

한 달에 하루,

일 년에 일주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_카를로 카레토 『사막에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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