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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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작가의 소설집이라 눈길이 머물렀다.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고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작가이다.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출간된 책들도 눈길을 끈다. 총 10권의 소설집들까지도 책표지가 낯설지가 않다. 길지 않은 단편소설들이 24편으로 수록된 소설집이다. 기괴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전해진다.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에서 등장하는 악인들과 악마가 눈길을 끈다. 지옥에서도 권력을 가진 주인공의 최후 모습에 악마들은 낄낄거릴 뿐이다. 지옥에 있는 악인들은 주저앉아야 했던 이유가 전해진다. 죽어서도 악인들이 꿈꾸는 욕망과 행태가 변함없이 전해지는 짧은 소설이다.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에서는 인간이 무엇인지 꼬집는 소설이다. 잊고 살면 안 되는 것들도 쉽게 잊고 살아가는 형태를 기묘한 사건인 동굴인들 사건을 통해서 전해진다. 444번 채널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잊지 않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 강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신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주저앉았고, 악마들은 낄낄거렸다. 326

처음 몇 달간은 동굴인들을 기억했다.

그러나 1년, 2년, 사람들은

더 이상 444번 채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궁금하지 않았다. 317

전 인류는 피곤을 모르게 되었다.

인간의 하루 활동 시간이 23시간으로 길어졌다. 232



『흐르는 물이 되어』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과욕이 전해진다. 활동하는 시간과 쉬어야 하는 시간이 엄연하게 필요하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인간, 쉬지 못하게 하는 사회, 노인과 미성년자들을 노동시장에서 활용하는 현대사회는 이상한 나라이다. 노인의 기준을 법으로 정한 것과 노동시장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라고 규정하는 노인 일자리가 위태로운 사회이다. 활동성이 부족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나라의 정책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매번 느끼게 된다. 노동시장에 있으면 안 되는 노동력들이 한국 사회는 무분별하게 쓰임을 다하는 사회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엿보인다. 인류는 피곤을 모르면서 하루 활동 시간을 23시간으로 활용하는 인류가 등장한다. 기묘하지만 기묘하지 않은 한국 사회가 오버랩되는 순간이 된다.

『식인 빌딩』에서는 이기적인 주장과 합리적인 주장이 대립을 이룬다. 다수를 이룬 소수의 희생이 제시되면서 사형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작은 디스토피아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 절망을 인지한 사람들,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까지도 예리하게 꼬집는다. 지금도 이름 없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수가 안락하게 생활을 하고 있음을 고찰하게 된다. 위험을 무릅쓰면서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살펴보게 한다. 소방대원의 죽음, 노동자들의 죽음들이 하나둘씩 상기된다. 노동하는 작가의 시선에 떠오른 이야기에서 압축된 한국 사회와 인간성을 보게 된다. 이질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완전하다고 믿는 믿음이 허상이기도 하다는 진실까지도 보게 된다.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들을 작가만의 소설로 탄생한 24편의 이야기들에서 예리함을 관찰하게 된다. 허구이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연거푸 보였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주장. 합리적인 주장 201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사형수의 인권, 작은 디스토피아, 희망과 절망, 희생의 강요까지 202

『인간 재활용』이야기도 긴 잔상을 남긴다. 많은 돈으로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과 딸을 다시 살려내고자 노력하는 아버지의 재력과 의지는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진실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딸이 다시 살아나지 못했던 이유와 공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밝혀진다. 다시 살아날 기회를 가지고자 가장 먼저 죽여야 했던 한 사람이 있었고 그 괴로움을 호소하고자 아버지 꿈에 나타나지만 아버지는 딸의 부탁을 무시해버린다. 기회가 왔을 때 확률적으로 기회를 가지고자 선택하는 인간의 모습과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의 의지로 인해서 무수히 잘려나가는 딸의 신체들도 의미심장해진다. 기발한 이야기들이 무수히 전해져서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웠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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