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종이 1~2 세트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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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라는 권력 두 가지가 먼저 명시된다. 더불어 정치와 종교를 지배하는 돈의 위력과 자본주의를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펼쳐지는 사연들마다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허구와 사실의 혼재 속에서 사건들은 날것으로 벌거숭이가 되는 돈에 대한 한국 사회의 민낯이 펼쳐진다.



자본주의와 돈의 밀착도는 매우 긴밀하다. 자본주의의 시작과 성장기에 한국사회가 누렸던 경제 성장에 특혜를 누렸던 기업들의 일그러진 단상과 이면도 소설에 등장한다. 로펌의 검은 속내와 협상 금액이 마찰 없이 입금되는 자본주의 재벌의 범죄 면죄부에도 돈은 크게 기여를 한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책장이 멈추지 않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읽은 소설이다.



'돈은 무엇인가'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 철학교수의 답변은 낯설지가 않았다. '돈은 실존이며 부조리'라고 정의 내리는 철학교수의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사건 의뢰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파헤칠수록 서글퍼진다. 부모와 자식 간의 소송사건, 상가 월세가 4배로 청구되는 사연, 인지청구권과 상속권이 가능한 사연, 장례식장에서 대화 나누는 사람들의 돈에 대한 속마음, 애인의 변심에 분노와 증오로 표현되는 사건들의 바탕에 돈은 깊숙하게 중심을 잡는다. 돈이 사건의 중심이며 돈 때문에 사건은 시작된다. 의뢰 사건들마다 돈이 사람들을 지배한다. 더불어 상담해 주는 변호사 비용도 돈이 지배한다.



돈의 마력과 괴력이 어떻게 개인과 개인을 파괴하는지 하나씩 펼쳐놓는다. 무엇도 돈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인간이 돈을 지배하느냐, 돈이 인간을 지배하느냐는 질문으로 연계된다. 돈은 필요하지만 돈에 지배당하면 어떤 파멸이 이어지는지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쉽게 얻은 돈은 금방 사라지고 노숙자 신세가 되는 사연까지도 전해진다. 가족관계가 돈 때문에 어떻게 해체되는지도 사건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지 자구책을 찾게 하는 소설이다. 돈에 지배당하면 산산조각 나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실적인 작품이다.



정치와 재벌, 검사, 로펌의 변호사, 운동권 정치인의 검은 속내, 변절하는 운동권 정치인의 환희, 야당답지 못한 정치인들까지도 꼬집는 글귀가 시원하게 전해진다. 야당을 약간 다른 보수라고 말하는 이유가 하나둘씩 떠오르게 된다. 카멜레온처럼 보수가 된 야당을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시원하게 대변한다. 눈을 흘기며 바라보는 정치와 재벌, 검사, 로펌의 변호사들을 이 소설에서도 다른 맛으로 맛보게 된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시원하게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한국사회의 이야기이다. 혼탁해진 한국 자본주의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카지노, 증권, 비트코인, 전경유착, 경언유착, 경법유착, 권경유착,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뾰족하게 언급된다. 문화식민지에 대한 엄중한 지적도 소설에 등장한다. 한국사회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놓쳐버렸는지 차분히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암으로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한 생모를 찾아와서 남매가 싸우는 장면과 아들의 모습은 돈의 마력을 보게 한다. 돈의 주인이 되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더욱 선명해진다. 이디스 워튼의 <환락의 집>, <버너자매>,<순수의 시대> 소설 내용도 떠오르게 한다.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책의 글귀도 생각나게 한다. 생각을 멈추면 어떻게 파멸하는지 자멸하고 마는지 거침없이 전해지는 사실적 소설이다. 예리한 칼날 같은 작품에 한국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 된다.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이다 284

부모가 남긴 돈 앞에서

모든 자식들은 다 쌈박질하게 돼 있어.

그게 돈 욕심이 시키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72


대기업의 족벌주의와 합리적 분배를 거부하는 탐욕 74

야당이 야당답지를 못해... 크게 실망했다.

모두 몸을 사려...

자기를 잇속 챙기는 데만 눈을 밝히고, 재빨라.

국민은 전혀 안중에 없어.

그들은 오로지 자기네들만을 위해서 정치해. 77

야당은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

약간 다른 보수일 뿐이야.

진보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의 착각이고, 오해야.

진보의식은 거의 없어.

기득권에 안주해서

자기네 권력 지키기에 급급할 뿐이지.

왜 세상이 그렇게 바뀌지 않고,

역사 발전이 그렇게 안 되는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아.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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