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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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구의 증명』 최진영 작가의 소설이다. 두 소설들이 너무나도 강하게 자리 잡았기에 릴레이 독서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는 세상이 시작된다. 정부와 국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아이의 장기를 먹어야 살 수 있다는 헛된 욕망에 값비싼 가치로 어린아이를 죽이는 위협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세상이 도래한다.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죽으면서 어린 동생 미소를 부탁하게 된다. 여대생인 도리는 미소를 지키고자 한다. 동생을 지키고자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땅에 도착한 도리와 미소는 안전했을까? 한국에서는 어떤 희망도 없었기에 떠난 러시아의 땅은 안전한 곳이었을까?


도리와 미소의 이야기, 지나와 지나 아버지, 가족들의 이야기도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생존을 위해 무작정 달리는 이 가족의 여정은 종점이 있을지 계속 의문스러울 뿐이다. 계속 달리는 것이 안전한 세상을 보장받는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지나가 이 차량에 태워준 건지와 도리 자매에게 어른들이 보이는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생존게임이 시작된 세계에서 그들이 선택하는 행동과 선택들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지나의 아버지와 가족들의 모습, 무장 단체들의 반사적인 행동들은 머뭇거림이 없다. 총기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발사한다. 강간하고 분노하고 증오하는 언행들에는 부조리한 모습이 연속적이다. 지나의 눈에 아버지는 그러한 모습이 계속된다. 자신의 딸이 노예처럼 동물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괴물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지나가 지옥과 같은 노예생활을 하면서도 반복적으로 다짐하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무수히 한다. 지나가 손 놓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펼쳐보게 한다. 건지와 지나 어머니의 언행들과 선택들, 도리와 미소를 향했던 마음들이 그러하다. 더불어 류 가족이 도리 자매에게 보여준 행동들도 기억하게 한다. 풍족하지 않는 세상에서 먹을 것을 나누는 류 가족의 모습과 사탕을 건네받고 미소가 먹었던 사탕은 무엇이었는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무미건조하게 연애하고 결혼생활을 하였던 류 부부는 사랑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죽음과 위험을 각오하면서 남편을 찾아야 한다는 이 부부의 이야기의 지난날들의 이야기도 꽤 인상적으로 전해진다.

인류가 멸망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혼돈과 희망이 사라진 세상을 펼쳐놓는다. 나라도 없고, 정부도 없다. 체계도 없고 무차별적으로 혼돈의 시대가 시작된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도리 자매, 지나, 건지, 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낯설지 않은 인간의 군상들이 하나둘씩 펼쳐진다. 십자가의 의미를 깊게 조명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이 된다. 중심에 있는 소중한 것을 지킬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고요하게 살아남도록 지켜준 내면의 중심에 존재하는 사랑을 여러 인물들에게서 만나게 하는 소설이다.

사형 도구였다가 구원의 상징이 된 십자가 164

나는 아주 고요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좋은 것은 소중한 것.

죽는 날까지 좋은 것을 지킬 것이다.

내 중심에 있는 이것. 131



거듭 강조되는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의 삶과 생활에서 미루고 있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열거된다. 현대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미루고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가족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 사람이 무엇인지도 거듭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지금 여기서 시작하면 좋겠어. 새로운 인생... 오랜만에 해 보는 좋은 생각" (52쪽) 지금까지 놓친 것들을 돌아보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이 되도록 도움을 준다. 부모가 대출을 갚기 위해 바쁘게 살았던 날들, 자녀도 대출로 시작하는 사회생활을 예리하게 관찰해야 하는 소설이다. 한국 사회를 축약해서 보여주는 가족의 이야기들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바짝 긴장하면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세상이 지옥이어서 우리가 아무리 선하려 해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악마야...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해. 97

지킬 것을 지키고 경계할 것을 경계하고 함부로 사람을 믿지 않는 것.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게 되더라도 수치심만은 간직하는 것. 오늘 내가 살아 있음에 의문을 품는 것. 한국에서의 삶이 그랬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미뤘다. 기나긴 미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99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지켜야 한다.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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