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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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잣대가 약자를 향하고 있다. 반지성주의에 맞서는 일부 청년세대, 20대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한국사회를 지속적으로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은 시대이다. 귀퉁이에서 펼쳐지는 사회문제들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는 연속성만을 보일 뿐이라 매번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펼쳐서 읽은 이 도서는 <다음 소희>영화에 등장하는 한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어둠 속을 밝히는 가느다란 빛줄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희망의 빛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여기 의식있는 젊은 20대가 있다고 손을 번쩍 들어주는 글들을 만나는 목소리들이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수업계획서도 차분히 읽는다. 그 공간에 함께 앉아서 듣는 수업처럼 느껴진다. 학생들의 글들도 심오하다. 학생들의 글에는 당찬 의지도 전해진다. 예리한 시선과 깊은 고찰의 흔적들도 묻어난다. 20대 청년세대를 향하는 편견들이 무너지게 한다. 대학교정을 가끔 걷는다. 여행지의 대학교도 걷고, 인근 대학교정도 걷는다. 모교도 찾아가서 걷기도 한다. 눈에 띄는 것들과 달라진 교정 분위기를 책을 통해서 더욱 이해하게 된다. 대자보의 흔적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지각있고 당찬 젊은 그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들이 사라진 한국대학교는 좀비처럼 느껴진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하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을 읽을수록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명의 움직임, 소수의 외침,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너무나도 굵직하다. 안도와 기도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친다. 진보의 역사는 멈추지 않았음을 보게 된다. 교사의 꿈을 가진 학생의 질문들과 조목조목 열거되는 선생님의 의무와 교육의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의심하며 의구심을 가지면서 바뀌어가는 사회적 의도를 읽어내야 한다. 무엇을 지웠고, 무엇을 덮어버렸는지.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누구를 배제하였는지 심각성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모두에게 주어진 의미가 된다.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외침 93

반인권적인지 살피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92

타자를 향해 소송, 조롱, 비난하는 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명문대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71

슬퍼할 만한 것에 슬퍼하고,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고,

연대할 것에 연대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면,

저는 기꺼이 정치적으로 살겠습니다. 70


도서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현주소를 짚어낸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부당하고 부조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다른 나라, 다른 사회와 비교되면서 현시대의 대한민국의 대학교와 사회를 비틀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준다.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비건, 성소수자, 이주민 등 무수히 쏟아지는 약자들이 있다. 약자들을 세치기하기 위한 혐오가 아닌 그들과 함께 생각하며 그들의 옆에서 함께 서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20대 일부 청년세대의 글들이 함께 한다. 더불어 교수인 나임윤경 저자의 글들도 유익하게 보는 시선을 넓히도록 이끌어준다.


지금 한국의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경험하는 전쟁터 363

대학의 죽음이 남긴 반지성의 황무지 362

한국 대학은 일체의 정치적인 것이

말끔히 표백된 탈정치의 공간 ...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다.

지성의 폐허,

정신의 황무지,

정치의 무풍지대 362


페미니즘을 처음 알았던 때가 20대 대학서절이었고 책을 통해서 알았다. 신세계처럼 번쩍거리는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번쩍 정신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이 책도 그러하다. 서평가 정희진의 추천도서이며, 우리 대학의 현실이며 우리 젊은 세대의 실상을 정직하게 보고한 글이라고 추천한 김누리 교수의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혐오와 반지성주의의 위협의 보고서이며, 아우성치는 사회문제들이 하나씩 펼쳐지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눈을 감지 않아야 한다. 진실을 보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잊히지 않는 사건들이 소환되면서 다시 그 현장의 목소리들이 펼쳐지는 내용들이다.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자고 한다.

일본에서는 휠체어를 이용...

버스, 택시, 지하철...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233

장애인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 같은 특정한 사회에서 ... 만들어지는 234

가사와 육아에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 출산, 커리어의 길목에서

갈팡질팡한다. 181

혐오는 그 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에서 시작 181

누군가에게 판단당하지 않는 날 108

외모 하나 가지고

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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