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집
은희경 지음 / 난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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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들이 보내는 눈총을 느끼며 압박감을 느낀 순간 물건을 정리하고자 한다. 물건을 정리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기나긴 시간들과 이야기들이 함께 하는 것임이 분명해진다. 가볍고 단순하게 살기 위한 노력들 중의 하나가 물건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그 과정에 마주하는 수많은 추억들과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물건들을 직접 찍은 사진들과 물건들이 불러놓은 많은 이야기들이 산문으로 전해지는 산문집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애정이 있는 물건들을 정리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물건들마다 소중한 추억들이 함께한다. 하지만 모든 것들을 부여잡을 수는 없다. 그렇게 시작된 물건 정리는 지금까지도 좋은 소비습관으로 자리잡는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작가가 또 버리지 못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산문집이 된다. 좋아하는 취향, 물건들, 소설과 산문을 집필하는 차이까지도 언급된다. 친구라고 명명하는 범주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바쁜 일정과 일상들이 글에서 전해진다. 산문은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전하면서 책들과 술잔들이 많은 집안의 풍경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그리고 문구류들을 향하는 애정도 충분히 그려보게 한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잠이 오지 않을 때 끼는 반지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외국 생활, 배낭여행, 사인회 등 작가의 곁에 머무르게 된 물건들의 사연들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더불어 작가의 여러 작품 속의 문장들도 소개된다.



문학을 많이 좋아하다 보니 문학과 소설에 대한 글은 놓치지 않고 다시 읽게 된다. "문학이란 성공담이 아닌 실패의 서사... 예정된 실패의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라지는 패자의 모습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103쪽) 작가의 작품도 떠올려보게 된다. 더불어 그동안 읽은 수많은 문학들도 불러놓는 기나긴 쉼표가 된다. 물건과 작별하는 순간의 단호함까지도 언급된다. 물건과 시작된 순간, 함께 한 많은 날들, 행복과 힘겨운 날들의 파편들이 엮어지는 물건의 가치들을 함께 떠올려보게 하는 글들이다.


작별의 마지막은 어쩔 수 없이 단호하고 차가워야 하겠지...

그 물건들의 시작, 찬란했던 모습들,

나와의 인연, 내 곁에 있었던 시간과...

즐겁거나 힘들었던 이야기의 파편들 158



상아 구둣주걱을 통해서 관철시키는 목소리도 듣게 된다. 도살장의 벽이 유리하면 우리는 어떤 고기도 섭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느슨하게 섭취하는 육식, 무심하였던 태도들에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게 하는 문장도 부여잡게 된다. 점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소극적인 채식가이기에 이 글귀가 더욱 기억에 남는 문장 중의 하나가 된다. 여러 번 멈추면서 다시 읽게 하는 글귀들이 있는 산문집이다. 거듭나는 존재, 계속 갱신되는 존재가 되도록 지금도 노력하게 된다. 소설가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들이기에 부여잡은 다짐들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소극적인 채식. 도살장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남들이 살아온 방식을 무심히 답습하는 태도가

때로 편협하고 안이한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37

소설가란... 계속 갱신되는 존재 19

하지만 명심하자.

거품 아래에 술이 있다.

술과 글은 실물이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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