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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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장편소설이라 눈길이 머문 작품이다.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전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들이며 삶이다. 강규산이라는 아버지가 있다. 듄듄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아들이 그의 가족이다. 듄듄은 20대 청년으로 대학생이다. 듄듄이 고뇌하며 선택한 자신의 성정체성은 가족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전해진다. 강규산이 담담하게 전하는 그의 일상, 퇴직한 후의 습관, 듄듄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는 솔직한 그의 마음들로 전해진다. 아들을 위해 기다린 것들이다. 다시 만나면 전해질 그의 진심들이다. 그의 진심은 전해졌을까. 진솔한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에게 닿았을까. 말수가 없었던 강규산의 하루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들의 고백에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아들의 방에서 매일 울며 잠을 겨우 자는 듄듄의 어머니의 일상이 전해진다. 이 부부에게 일어난 아들의 이야기,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며 모멸감을 느끼는 시간속에서 찾아낸 듄듄의 선택과 수많은 날들을 짐작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가설과 현상들이

지구가 망해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80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주변에서 큰일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큰일로 여기고

작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을 작은 일로 여기게 된다고...

큰일은 돈과 생활이다...

얼마나 일해서 얼마나 벌 수 있느냐...

가장 크고 중요한 일 39


탱크라는 공간이 있다. 종교도 아닌 공간, 그저 기도하는 공간이다. 혼자만이 어둠 속에서 기도하는 탱크가 존재한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개하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탱크이다. 규칙도 있으며 예약금도 있다. 절박함에 인간은 신, 종교, 기도를 한다. "기도문은 도선의 바람을 응축한 한 편의 시이자 예언... 하늘이 보낸 격려, 우주가 보낸 신호라고. 기도의 응답" (11쪽) 기도하는 공간인 탱크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건과 불이라는 사건들이 어우러진다. 탱크와 관련된 사고들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간다. 탱크를 찾는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가 않다. 절박한 이들이 탱크를 찾는 이유, 기도와 눈물이 가져다준 기도 응답의 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66


기도. 명상. 의식을 고양시켜왔다. 사색하는 공간 62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6


항상 햇빛을 봐.

어둠으로 들어가지 마.

가라앉지 마. 153


김희진 장편소설인 <두 방문객>과 <윤희에게> 영화와 <D.P 2> 시리즈가 생각난다. 절망과 절박함에 공감하는 글이 한 편 우편으로 배달된다. 최대한 납작하게 축약해서 글을 적어간 도선의 글이 배달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강규산과 양우가 대면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특히 강규산의 손에 쥐어진 깃발의 의미는 더욱 강하게 전해진다. 듄듄은 강규산에게 소중한 아들이었다. 지켜주지 못하였던 날들과 순간들이 전해진다. 기나긴 날들의 듄듄의 절망들이 더욱 집약된다. 듄듄이 기도한 것들은 가족과의 화목이다. 이해받고 인정받으며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도한 탱크에서의 기도들이 그려진다. 꽤 많은 작품들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욱여넣어서 틀에 맞추어 살았던 윤희에게 영화의 내용들과 흩어진 꽃잎들이 된 D.P 이야기와 두 방문객 이야기들이 함께 펼쳐지게 한다.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삶의 가치도 의미가 없다고 느낀 듄듄의 선택들은 절박하였음을 알게 된다.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도한 듄듄이다.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쓴 도선 씨도 인상적이다. 외면하고 무시하지 않았던 그녀이다. 스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던 그녀는 작품으로 듄듄을 살려놓는다. 듄듄의 이야기로 탱크라는 소설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한 번도 기대하지 않은 미래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거기에서 죽었다고...

그렇지만 그게 탱크의 잘못이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절망의 문제였고,

세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리는 재해에 가까웠다고...

언젠가 당신에게도 재해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대신 잠깐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보라고.

그러면 한 번도 기다린 적이 없던 미래가

평생을 기다린 모양을 하고 다가오는 날이 올 거라고. 261


현실은 우리가 과거의 생각했던 미래랑 닮게 되니까요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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