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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니체, 헤세, 카프카, 카를 융, 프로이트에게 영향력을 준 철학자 쇼펜하우어 책 속의 문장들을 만난다. 염세주의자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지평을 통해서 느껴진다. 하지만 철학적 배경을 이룬 그만의 지적 세계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고, 다시 읽기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여러 번 그의 목소리들을 집중하게 된다.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만의 철학에는 예리한 통찰들이 자리잡는다.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청춘은 내일을 준비한다."
어떤 책은 추상적인 문장으로 철학을 깨달아야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질문이 많기에 해답에 가까운 것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에 독서도 늘 함께 자리잡는다. 이 책은 스쳐 지나칠 뻔하였는데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지금도 좋아한다. 쇼펜하우어 책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도서이다. 문장 하나를 오래 바라보게 한다. 문단을 연이어 다시 읽기를 무수히 반복하게 한다. 어려운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철학자가 이 글을 남긴 이유들을 스쳐지나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외면을 당하지만 철학은 삶에서 떠날 수 없는 기본적인 학문이다. 철학의 존재가 위태로워진 만큼 현대인들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살아간다. 그들의 눈 감은 대열 속에서 헤매고 싶지 않기에 펼친 철학도서이다.
소제목들이 즐비하다. 내용글도 길지 않고 전혀 어렵지 않게 전해진다. 청소년기 독자들부터 추천하는 도서이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들이 아니다. 삶과 긴밀한 우리들의 인생들을 세세하게 펼쳐놓는다. 너무 사실적이고 거침없이 모든 것들을 펼쳐놓는다. 사랑이라는 것, 결혼이라는 것,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까지도 아름다운 인생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날것의 실체로 존재하도록 드러낸다. 자녀가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지금도 부모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자녀들을 쉽게 보게 된다. 더불어 자녀를 욕망의 도구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보게 된다. 상충하는 이들의 관계에 깔린 욕망들이 사실적으로 설명된다.
부모 때문에 자녀는 힘들고, 자녀 때문에 부모는 힘든 이상한 나라의 이들의 관계를 보게 된다. 이 관계에 우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미성숙한 부모 때문에, 때로는 미성숙한 자녀 때문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투쟁의 연속을 보내는지 모른다. "부모와 자녀의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52쪽) 분명한 것은 읽는 사람은 변화할 것이다. 그들이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쩌면 어느 누구도 변화하지 않는 악순환의 투쟁을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이어갈지도 모른다.
학문은 한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깨달음이다.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67쪽)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안내되는 내용들이다. 철학자의 철학이 참이다, 거짓이라는 논쟁보다는 학문의 깊이에 자리 잡은 우리들의 가치관과 욕망들을 제자리 잡는 학문으로 도움받게 된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않았아야 하는지 철학자는 쉽고 간결하게 전해준다. 너무나도 명확한 사고의 전환이 되어주었던 문장들이 있다. 그의 통찰은 큰 영향력을 주었고,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이룬 현재의 날들이 증명해 주었음을 보게 된다.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행위는 인간의 자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오늘 우리가 한 선행의 목록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이기적인 인간이 타인을 배려하고 베푸는 행위는 거듭나는 희생이 되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자는 용기가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한다. 그렇기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하찮은 인간의 말로 자신의 생애를 정의할 뿐이라고 한다. 그는 보다 순수하고, 명석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언어를 잠잠히 찾게 된다. 그 언어가 주는 이타성을 주워담게 한다.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들과 어휘들이 존재한다.
염세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철학자이지만 그의 철학에는 심오한 빛도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한다. "자주 절망하고, 가끔 행복하라" 이 간결하고도 명확한 문장이 의미하는 삶과 인생철학을 선명하게 보게 된다. 누구나 펼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간결하게 내용이 전달되지만 어떤 문장 하나도 가볍지는 않았다. 무수히 밑줄이 그어지게 한다. 그리고 무수히 멈춤을 반복하게 하는 철학자이다. 몇 번을 책을 덮고 사유했는지 모른다. 문장 하나만으로도 토론을 할 수 있었던 책이다. 여행길에 동행한 이 책은 기꺼이 여행지와 함께 한 철학자이다. 독한 가르침이라는 글귀가 적절한 표현으로 남는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마주침이다." (74쪽) 마주친 무수한 순간들을 주워 담았고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한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사유했는지 긴 산책길을 걷게 하는 쇼펜하우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