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방문객 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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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농도를 떠올려보게 한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마지막 이야기를 덮으면서 책표지의 그림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소설의 제목과 책표지의 그림의 연관성을 가름하지 못하면서 책장을 펼쳤던 소설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감정들이 혼재된다. 어머니의 감정들에 더 주목하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두 남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평범한 가정에서 꿈꾸는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이 그들의 희망이지만 어머니인 그녀에게는 네 모서리 중에서 하나가 상실된다. 그녀의 여행 가방의 바퀴처럼 어디에서, 어느 시점에서 잃어버렸는지 모를 바퀴처럼 그녀의 아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방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에게는 자식은 다른 의미이다. 열 달을 자신의 배속에 품으면서 키우고 느끼며 대화하며 감정들을 나누는 끈끈한 존재이다. 그래서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쓰러지고 혼절하며 그 아이를 키웠던 나날들을 회상하는 기나긴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지인 중에도 그렇게 안타까운 자식의 죽음을 예고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그 아픔은 지인들에게도 잊히지 않는 상흔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리움과 쓸쓸함과 보고픈 마음은 어머니에게는 매년 찾아오는 슬픔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소설 속의 어머니에게 더욱 마음이 다가간 소설이다.



많은 부정과 거짓. 괴리를 잘 견뎌 내 온 사람 129​


이해받고 위로받고 153


아들의 내면은 어떠했을까. 62


독일문학을 번역하는 어머니. 아들이 건네준 책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지만 슬픔이 깊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되어서야 아들이 그 책을 건넨 이유가 분명해진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아들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어머니였지만 아들의 정체성과 혼돈을 짐작하지도 못하는 어머니이다. 아들의 기나긴 번민의 시간들과 슬픔의 농도는 얼마나 짙어져야 했을까?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 보였던 아들의 행복감을 다른 행복감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어머니이다. 우리는 얼마나 가족을 이해하고 알고 있을까?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감정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이 있다. 영화와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이들의 혼돈과 불안이라는 감정들을 보게 된다.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진실성이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성과 감정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있음을 여러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한다. 가족들의 결혼 독촉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한 인물은 이성과 결혼을 결정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자발적인 선택을 한다. 영화 <윤희에게> 인물들의 삶과 감정들이 떠오른다. 봉태규 에세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의 글에서도 지인의 사연을 통해서 진실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들이 얼마나 슬픔을 채우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성이 통제하지 못하는 정체성 문제를 소설을 통해서 다각도로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우리의 관계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 걸까. 60

너무 완벽해서 불안... 107



이 소설에서는 소아과 의사인 직업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도 교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이성으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과 번민, 혼돈과 슬픔들이 혼재하기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알고 밤새 울었던 어머니는 퉁퉁 부은 눈으로 남편을 마중 나간다. 어머니는 밤새도록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들의 사랑과 아들의 반지와 아들의 행복한 순간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가족에게 표현하고 있었던 몸짓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읽어내지 못했고 아들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많은 것들이 교차되어간다.

등을 보여주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그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기다리는 여자. 껍질만 보면서 그렇게 한결같은 사랑을 하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한쪽이 많이 무겁게 기울어진 사랑이다. 결혼으로 포장된 위선적인 결혼과 가정이지만 그녀는 그 선택을 강행하고자 한다.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가 좋아서 한 권씩 골라서 읽고 있다. 폭염의 한국 여름은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만큼 뜨거웠다. 그리고 남겨진 얼룩진 눈물자국처럼 그들의 사랑과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는 그리운 사람이 되어 희미해지는 여름이 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와 책에서 자주 언급될수록 그 슬픔은 짙어진다. 웃음을 잃어버린 표정이 아닌, 차가운 겨울이 배경이 아닌, 폭력적인 한국 여름이 아닌 세상이 되도록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힘을 주는 예술들이다.



누구든 똑같은 무게로 서로를 사랑할 수는 없어...더 사랑하는 쪽이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67

사랑한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없었다. 계산기로 두들겨 플러스 머이너스 '0'이 되는 감정의 교환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68

지나친 과시도 오만도 없는 독일 여름.

폭력적인 한국 여름. 62

너무 가혹해서 차가워져 버린 여름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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