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1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봄 에디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블루픽션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순례 주택의 이야기는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였던 소설이다. 이야기의 점성은 꽤 끈끈하다. 인물들과 사건들은 촘촘하다. 순례 주택에 가보고 싶었고 순례 씨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주택이 밀집한 마을의 사람들이 모두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웠던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난다. 지향하는 발걸음의 방향을 보게 한다.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보게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순례 씨의 삶의 철학과 실천들이 가장 먼저 두드러진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자 반찬통을 들고 가게에서 주문하는 모습,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자 장바구니를 챙겨가는 모습,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 비행기를 타지 않는 노력,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 문제를 인식하는 것까지 주시하게 한다. 『식량위기 대한민국』,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초거대 위협』 도서에서도 언급되는 내용들이다. 청소년 소설에서 거듭 강조되는 실천들이라 반가움으로 읽게 된다. 소설은 영향력이 크다. 순례 씨의 노력들을 거듭 상기시켜준다.



순례 씨는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중퇴한다. 학비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여중생 순례 씨와 화자인 오수림을 주시해야 한다. 반면 고학력에 명문대를 나온 오수림 부모들이 대비를 이룬다. 고학력이지만 아직 성장하지 못한 어린 어른의 모습이다.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고 징징대며 경제적 도움을 받으려고 손을 내미는 대학교 시간강사인 아버지가 보인다. 어머니도 다르지가 않다. 대학원을 졸업한 학력을 가졌지만 순례 씨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은 고학력자라는 우월감을 여러 번 보여준다. 하지만 그 누구들보다도 부족할 뿐이다. 자신들만 모르는 세상에 갇힌 것이다. 왜 이 부부는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여고생 첫째 딸과 여중생 딸이 있지만 온전한 두 다리로 서서 걸어가지도 못한다. 어머니는 친정아버지에게 4억이 넘는 돈을 생활비로 받으면서 살고 친정아버지 집을 점거하면서 아버지는 월세로 순례 주택에 살게 한다. 아버지도 다르지 않다. 박봉의 대학 시간강사 수입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들을 4명의 누나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 습관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 이들이 거주하는 집이 경매로 진행되면서 이들은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다. 카드는 돌려막기하면서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순례 주택에 입주를 허락받은 이들 가족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부부가 싸움도 하지 않았다. 이 부부의 금술은 대단하였다. 같은 생각, 같은 생활방식으로 부장한 부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떤 시발점이 엄마를 변화시켰을까? 엄마가 최초로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갇힌 세상을 스스로 걸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아빠에게도 잔소리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부부 싸움에 화자인 둘째 딸은 눈물나게 반가워한다. 부부 싸움을 반가워한 이유를 찾게 하는 소설이다.

싸움은 잦아들지 않았다. 신선했다. 타인이 아닌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우리 집에 낯선 불화가, 16년을 헤매다 찾은 줄자 끄트머리처럼. 나는 눈물 나게 반가웠다. 243

쓰러져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 살았던 순례 씨의 인생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편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지만 그녀는 이혼을 한다. 이혼한 이유와 아들에게 각서를 받으며 공증을 한 이유도 전해진다. 아들에게 순례 씨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 이유도 명확하다. 경계 없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들여다보게 한다. 선의에 의해 땀 흘려서 버는 돈을 추앙하는 소설이다. 불의에 의해 부자가 되는 돈은 순례 씨가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특별한 순례 주택에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도 만나게 한다. 왜 순례 주택이 인기가 많았는지 입주민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 옥상에 있는 특별한 냉장고와 옥상 정원의 가치도 깊게 주시하게 한다. 남는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는 입주민들의 선한 마음들이 옥상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몰래 커피를 훔쳐 가고 옥상에 있는 음식들을 무분별하게 다 먹어치우는 수림이 부모와 언니의 모습은 옥의 티가 된다. 부적응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찾아보게 한다. 수림이 가족 같은 모습은 비일비재하게 주변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순례 씨가 보여주는 수많은 모습들과 들려주는 시, 대화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흠결들이 들추어진다. 그곳에 순례 주택 사람들이 있다. 상처받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손가락질이 곧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반격도 일어난다. 아이 학교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월셋집의 집주인이 되기도 한다. 한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영원할 것 같았던 자신들의 위치가 반전되면서 일어나는 미숙한 어른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한민국의 현대판 이야기들이라 너무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다.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많은 어른들을 들추어낸 소설이다. 품격있게 일관되게 살아가는 순례 씨의 모습에 반해버렸던 소설이다.

바리데기가 부모 살린다더니...... 이번에 남의 손에 키운 자식 덕 많이 본다. 바리데기는 버린 자식이니까... 날 버린 건 아니지만, 버리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150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학교 밖에서 노동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박사님의 대화 내용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순례 주택 사람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된 노동이지만 정직하게 벌어서 사용하는 돈이다. 부정적인 돈을 받고 살아도 감사하지 않고 오히려 원망하면서 살아간 수림이 부모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노동의 참된 의미를 배우지도 못한 수림이 아버지는 아내가 쉼 없이 바꾸어놓을 듯하다. 끊임없는 부부 싸움을 하면서 말이다. 성숙한 수림이가 등장한다. 수림이를 키운 순례 씨가 더욱 커다랗게 보인다. 듬직한 수림이로 성장시킨 순례 씨의 삶의 철학을 만나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학교 밖에서 노동을 하며 배우는 게 많다는 얘기는 해도. 140

언젠가 1군들 집을 나갈 때 택시 트렁크와 뒷좌석에 실을 수 있는 정도였다. 홀가분했다. 112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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