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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책표지의 소녀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과 책표지가 설명하는 표지글에도 눈길이 머무른 소설책이다. 찬사가 이어지는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까? 『 어둠의 숲』, 『위대한 집』 작품의 작가이다. 전 세계에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킨 유명한 소설이다. 중앙일보 추천도서이며,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이다. 위대한 문학이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이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소설가 엘리자베스 버그도 기억하게 한다. 오렌지상 최종 후보였으며, 윌리엄 사로얀 국제 집필상을 수상한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고 번역가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었기에 믿고 읽은 작품이다. 때로는 번역가의 끈을 잡으면서 읽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작가의 세계는 놀랍게 기억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또 하나 기억되는 작품이 된다.
삶의 끝과 시작을 두 인물을 통해서 만나는 작품이다.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는 거대한 사랑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 마지막에 이해하게 된다.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지키며 가꾸며 함께 하였던 날들의 추억과 기억들은 아름답게 그들의 자리를 지켜주지 못하기도 한다. 한 소년과 그가 사랑한 소녀에게도 역사의 사건과 맞물려서 이어지지 못하는 인연이 되기도 한다. 많은 세월이 지난 후 회상하는 노인의 회고는 안타까움이 낮게 드리우면서 아들을 향한 마음과 상상들이 또 다른 사랑의 형태로 세월들을 지탱해 주었음을 만나게 하는 작품이다.
유대인의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의 문화와 언어들, 그들이 지키는 그 문화의 흔적들이 작품 속에서 등장한다. 집안 어른의 헌책과 그 어른이 자신들에게 축복기도해 주는 순간의 손의 감촉까지도 기억나는 장면이 된다. 유대인이 기도를 하며 하느님께 끝없는 질문을 한다는 문장이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하느님께 질문들이 쏟아지고 그에 대한 답은 살아가면서, 때로는 기도 중에 마주하였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찾아온 불행, 상실과 절망은 이 작품의 소년에게서도 피하지 못하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유대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숨어서 지냈던 날들의 순간순간들의 사실적인 회고들이 열거된다. 그 과정에 그가 발각될 수 있는 순간 속에서 듣는 두 독일 군인의 대화도 그에게는 사랑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회상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남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디고 버티는 것임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저마다 그리워하고 이겨내면서 슬픔과 맞서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녀의 남동생을 보면서 웃음을 선물받기도 한다. 슬픔이 가득한 여러 인물들도 있었지만 아직은 미성숙하여 좌충우돌하는 남동생의 이야기도 또 하나의 슬픔을 이겨내는 그만의 방식이라는 사실이었음을 인지하게 한다. 슬픔도 이겨내야 하는 우리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된다. 누구에게나 슬픔은 존재한다.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겨낸 슬픔들도 이 작품에서 대면하게 된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마지막에는 하나가 되는 소설이다. 노인과 소녀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엄마에게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해주려고 노력한 첫 단추가 어느새 새로운 물결을 만나듯이 추리하고 해결하는 소녀의 의지는 사랑이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집요하게 답을 찾아간다.
작품을 읽으면서 이중적인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문장도 만나게 된다.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얼마나 기쁜 것인지도 알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작품은 언급한다. 이 문장에 공감하면서 오랫동안 삶의 지표가 된다. 성인이 된 자녀를 키우는 동안 이 책의 문장들은 큰 방향등이 되어주었던 책이다. 그렇게 다시금 펼쳐드는 소설이며, 좋은 글귀를 다시금 메모하는 시간이 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작품은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20살이 가지는 의미와 사회인의 의미는 자신만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임을 조명해 준다. 경제적 자립이 가지는 의미를 알려주는 좋은 글귀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그는 진실을 견디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
그것은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