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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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이 처음이 아니었다. 연년세세를 통해서 연작소설을 알게 되었다. 여러 소설들의 인물들과 이야기들은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샤이닝 걸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등장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만은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지난 젊은 날들과 지금의 날들이 이야기되고 있다.

어떤 인물은 46세의 독신인 방송작가이다. 그녀는 유방암으로 항암 치료와 완치로 복직되어 방송일을 하는 인물이다. 방송작가란 계약직이며 상대적으로 등장하는 어떤 인물은 방송국 피디이기에 정규직이다. 이러한 상이한 계약직과 정규직의 불안과 두려움, 초조함들이 작품 중에도 등장한다. 촬영을 끝냈지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한 여성의 방송작가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인생의 가장 저점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을 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고 일깨워주기 위해 누군가 그 떠돌이 개를 보낸 것 같았다. 59

오빠네가 경제적 도움을 청할 때마다 대부분 들어주었던 ... 대체 그녀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12

아프지 마라, 죽어서도 아프덜 말고 살아서도 아프덜 말고. 그것은 암 선고 이후부터 자신이 내내 하고팠던 기도 55~56

자기 이외의 세상에는 별로 관심 없이도 별일 없이 살아지는 중년간부. 나라고 뭐가 다를까... 자기혐오를 느끼며 17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살아가겠다는 오기, 자신이 약자가 되었을 때 결국 그 무기를 나눠 가지러 한 사람이 없었다는 분노감에 시작된 오기 58


사실적이다. 내면의 소리들이 활자를 통해서 고스란히 전달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솔직하며 표면화하지 않는 속마음들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미묘하게 흘러가는 사회적 관계의 피로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물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솔직함과 말 한마디의 깊은 의도까지도 깊게 호흡하면서 하나의 소설을 마무리 지으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을 스스로 안고 살아가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 아이는 달란트를 가지고자 어떤 일들을 차곡히 쌓아 올렸을까? 그에 반해 다른 삶을 살아간 여자아이의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배고픔을 느꼈을 여자아이를 보지 못한 성직자들의 모습과 대화들이 유독 오랫동안 기억에 자리 잡았던 작품이다. 신앙의 형식과 순서보다도 배고픔을 느낀 아이를 보지 못한 어른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의 아들의 노곤한 청소년기들이 느껴진 작품이다. 틀 안에 갇힌 그의 기나긴 청소년기는 어떻게 기억될까? 주위의 기대감에 짓눌린 아이의 초조한 모습들이 곁에 있었던 소녀의 시선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의 보살핌을 못한 아이가 있다. 상실된 것들의 이유도 듣지 못하였던 아이이다. 무심하게 말하는 아버지의 고아원이라는 단어는 위협적으로 다가선다. 그렇게 아이는 버려지는 것보다는 스스로 떠나는 것을 준비하는 아이가 되어간 이야기가 작품에 등장한다.




'설거지스러운' 일들... 기꺼이 해내며... 자존심이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그래. 너 빚 없니? 집 안 어려워? 재계약 안 할 거니... 하면서. 12

이제부터는 저도 영혼있는 방송하려고요 61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잊지 말라." 할머니 영화관 69

너무 가까우면 차라리 눈을 감게 되니까 71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하나씩 조각조각 찾아서 붙여보게 하는 소설이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떠오르는 많은 사연들과 기억들을 우리는 어떻게 소환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고독, 우울감, 상실, 애도, 이혼, 유방암, 스트레스, 피부병, 불안, 자기혐오, 설거지스러운 일들을 기꺼이 해내는 직장인의 삶, 파행 인사, 독서대의 흔적은 분노와 스트레스의 흔적이었던 직장인, 자기애와 과시, 교만한 셰프의 모습, 자기 불행과 부채를 끌어안은 아버지의 모습 등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온전한 어른의 모습들은 아니다. 모두가 휘청거리면서 타인을 통해서 때로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여행지에서 기이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치는 어른이기도 하다. 아득한 고독감과 고독의 구덩이로 표현된 인물의 고립감까지도 함께 느껴보면서 읽은 소설이다. 가볍지 않은 이 시대의 우리들의 이야기들이다.


인생... 역전, 그런 게 어딨어... 귀농하는 청년들. 농촌. 식량의 자급은 반도체 수출보다도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다. 18

베이징 유학. 어떻게든 같이 간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려 했다 107

자기 자신이 아니라 허깨비 같은 것이 베이징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 108

혼자 다닌 여정... 옥주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애도했다.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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