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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5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평점 :
속보입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라는 시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내는 청소년기가 있다. 누군가는 가볍게, 누군가는 모진 폭풍처럼 보내기도 하는 사춘기 말이다. 유순하게 보내는 사춘기가 정답도 아니며 거센 폭풍같은 사춘기를 보냈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그 나름의 시기는 거듭나는 나를 만나는 중요한 사춘기이기 때문이다. 이 장편소설은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갑자기 동물로 변한 아이들은 혼돈의 세상이 된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들과 가족들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자신을 찾지도 않는 가족들이 있는 청소년들도 있다는 것도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학교가 양육강식의 정글이라면 집은 구획이 정리된 동물원이었다. 13
지난날을 돌이켜 봤다. 호랑이나 사자가 아닌 곰이 된 이유가 ... 머리는 게임을 하는 데에 쓰고, 손은 먹는 데만 썼던 날들 32~33
아이들을 철창에 가둔 세상의 편협함과 졸속 행정에 분노 43
자신이 비둘기가 되고 보니 비둘기의 입장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51
작품은 예리하다. 학교는 정글, 집은 동물원이라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졸속 행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이 작품을 통해서도 곰으로 변한 아이를 통해서도 실감나게 전달해준다. 부모의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들개로 변한 아이들의 가정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도 조명하는 작품이 된다. 가출한 아이들이 거리를 헤매다가 가출팸에 이용되는 것까지도 문학으로 전달해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거리 밖에서도 착취되는 현실을 조명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들개로 변한 청소년 아이들이 어떤 생활들을 하는지 작품에서 만나보게 된다.
가출팸. 돈도 없고 갈 곳이 없어 찾아온 아이에게 성매매를 시키거나 취객 주머니를 털게 해서 본인의 배를 채우는 놈 211
부모님의 존재는 울타리가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추운 날 온기를 나눠주는 손난로가 되기도 했다 56
날개도 강해졌고 ... 시야도 넓어졌다. 집을 떠나 ...알게 된 것들이 점점 커지면서 ... 이 시선의 크기가 달라지는 때가 아닐까 생각했다 61
따뜻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난 동물화된 청소년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곰이 된 아이, 하이애나가 된 아이, 원숭이가 된 아이, 사슴이 된 아이, 기린이 된 아이 등 다양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아이들이 동물이 되면서 경험한 것들은 확연히 차이점을 드러낸다. 어떤 아이들은 더욱 성장하면서 자신이 동물로 변한 이유들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깨우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부모를 이해하고 가족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허리 통증으로 술을 마신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출한 누나가 있는 아이의 집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다. 작품은 아이들의 변화만큼이나 어른의 변화와 가출한 누나가 돌아오면서 희망을 꿈꾸어볼 수 있는 가정도 비추는 작품이기도 하다. 반지하 단칸방은 오랜만에 밥 냄새와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다. (229쪽)
그 누구도 무리 안에서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보살폈다. 우두머리 비둘기 지훈 77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우리도 우리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혼자만의 답을 찾았다 254
학교에도 권력이 존재하고 그 권력과 서열이 정해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학생들도 권력자들이 싸우도록 부추기는 기대감도 보이기도 한다. 폭력을 기대하고 폭력을 방관하는 주변의 아이들의 모습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싸우고 다투고 폭력이 가해지는 과정들이 전개되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출석체크를 위해 기린이 된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출석체크하는 모습과 기린에게 강요하는 학교행사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기억나게 하는 장면이 된다. 자율성보다는 지시와 복종의 모습이 드러나는 학교생활 모습들도 세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리 안에서 권력을 만들어 아이들을 굴복시키고 이용하고 망가트리는 짐승만도 못한 놈... 진짜 짐승이 된 것이다 212
너희는 그저 뽑아 쓰는 휴지일 뿐이야. 222
남들이 준 쓰레기는 껴안고 있는 게 아니랬어 다른 누군가가 준 욕이나 괴롭힘 같은 쓰레기들 189
동물과 짐승을 구획하게 한다. 짐승 같은 인간들을 우리는 쉽게 찾아보게 된다. 자신이 동물이 아닌 짐승 같은 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인 아이가 등장한다. <더 글로리>시즌 1의 작품이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자신이 짐승이라고 믿는 아이의 모습은 꽤 인상적인 장면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를 바라보면서 기다려주는 또 다른 어른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가 된다. 동물화가 된 아이들은 왜 동물이 되었을까? 사춘기의 아이들에게만 일어난 이야기이다. 동물로 변한 이유와 다양한 동물로 변한 이유들도 작품은 놓치지 않고 다룬다.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도 존재한다. 그 이유도 작품에서 만나보아야 한다.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다. 어른이지만 어른 같지 않은 짐승들도 우리는 자주 목도한다. 끔찍한 사건들에는 그러한 짐승 같은 어른이 존재한다. 참된 모습의 사람인지 질문하는 청소년문학이다. 성장하는 것은 청소년들만이 아니다. 마음도 성장하고 이해하는 마음도 커져야 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편협된 사고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짚어주는 작품이다.
그렇게 크게 앓고 나면 남은 생애는 사람으로 잘 살아갈 걸세. 이 시기를 겪지 않으면 눌러둔 제 본능 때문에 언젠가 괴로워할 날이 있을 테고. 놔두게. 다 필요한 시기 일테니. (스님) 173
제 마음의 눈이 짐승의 탈을 벗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으리라.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