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유명한 작가의 단편소설들을 만나본다.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19쪽) 작가의 길을 명확하게 보았던 만큼 단편소설들은 저마다 탄성이 나오게 한다. 여러 편의 작품들 중에서 『비밀돌이』 , 『푸바』 , 『지붕에서 소리쳐요』 3작품부터 떠올려보고자 한다.

여름은 잠든 중에 평화롭게 사망했고, 상냥한 목소리의 유언집행인 가을은 봄이 다시 찾으러 올 때까지 생명력을 금고 속에 잘 넣은 뒤 잠가두었다. 23쪽

무슨 일이 있어도 대체로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아내 엘런은 아침 일찍부터 남편의 아침식사를 준비를 하고 있다. 싸구려 물건들과 영혼의 작은 모험에 만족하며 살아왔으며, 물품 없는 실내복을 입으면서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이 가정에, 엘런에게 어느 날 남편이 개발한 『비밀돌이』라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남편의 직업과 일, 더 나아지지 않는 경계적 상황에서 남편이 개발한 이 비밀돌이라는 제품은 어떤 미래를 준비할까? 남편이 가지는 희망적인 미래만큼 아내인 엘런에게도 밝은 미래를 준비해 주는 제품이 될까? 비밀돌이의 대화를 듣고 보낸 어느 하루의 아침과 낮 시간은 얼마나 헝편없게 소모되었는지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심지어 음식보다 더? 행복. 행복의 열쇠는 뭘까? 종교? 안전? 건강일까?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25

그 목소리가 뭔지 알면 좋겠어... 그 목소리... 그게 우리 자신일까? 29


비밀돌이의 목소리를 듣는 엘런. 그 순간들은 진정한 목소리였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비밀돌이는 ... 찬성하지 않는 생각을 절묘한 순간에 절묘하게 꺼내서 조금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33쪽) 엘런의 가족들은 비밀돌이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생기면서 저마다 혼돈스러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변화와 혼돈이 이 가정을 강타하게 될까? 가운을 입고 오후까지 보낸 엘런의 소중한 시간들은 어떻게 휘발되어버렸는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성공을 꿈꾸며 부자를 꿈꾸는 이 가정의 남편에게는 어떤 미래가 준비되어 있을까?

잔인한 정도의 의지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비밀돌이의 존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내가 경험한 비밀돌이라는 제품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으로 초대받는 물건이었다. 우리 마음속 최악의 부분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물건 (41쪽)

비밀돌이가 인물들에게 던지는 대화들을 모두 정리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제품은 세상 속으로 출시될 수 있을까? 이 가정은 안전할 수 있을까? 꽤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단다. 38


『푸바』의 의미부터 작품은 설명한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모두 엉망이 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상태를 푸바라고 말한다. 그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푸바되었다고 작품은 전한다. 그는 그 결정의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한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괴짜였고, 같이 있었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그의 상사들... 그저 계속 잊어버렸을 뿐이었다. (46쪽) 여기 있으면 당신은 썩어버릴 거예요! 나처럼 썩을 거라고요. (57쪽) 그의 유능함은 행정상의 절차로 푸바가 되어버린다. 그가 있어야 하는 자리와 장소에 자리 잡지도 못하는 존재가 된다. 어느 날 비서가 새롭게 찾아온다. 그녀도 자신처럼 푸바가 되어버릴 것이 자명하기에 그녀를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이 이야기도 이색적인 소재였다. 비서인 그녀가 바라보는 것,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현재를 즐기는 모습들까지도 단편소설에서 만나보는 시간이 된다.



성공한 여성작가와 남편이 등장하는 『지붕에서 소리쳐요』 작품도 추천하는 단편소설이다. 아내의 소설이 성공하면서 영화화되면서 받은 수표는 나뒹구는 존재로 그 집에 놓여있을 뿐이다. 왜일까? 남편은 증오로 가득 차 있으며 아내는 사랑이 무언지 다시 잊어버린 모습을 보인다.

성공하였지만 이 부부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다. 곧 파멸할 듯이 위태롭다. 이 이유는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이 여성작가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 순간의 모습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어리석고, 수줍고, 다정하고, 보잘것없는 주부를 갈망하고 있지 않은가. 햇살과 적은 금액의 남편의 주급 인상에 즐거워하는 싶다는 그 고백은 많은 의미가 된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들과 엄청난 금액의 수표 금액은 진정한 행복이 아님을 작품은 전한다.

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다시 어리석고, 수줍고, 다정하고, 보잘것없는 주부가 되고 싶어. 50

햇살이니... 남편 주급 3달러 인상이니 바보 같은 일들에 신나하고 싶어. 80

많은 돈을 가지지만 우울해하고 약물에 의존하며 가정이 위태롭게 되는 상황들을 종종 목도하기도 한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찾아야만 한다.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관찰하면서 분별하는 힘이 필요한 것이 인생이다. 이 여성작가는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한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는 그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