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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ㅣ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룸>영화 원작소설 작가의 신간소설이다. 이유 불문하고 펼친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의 한 소녀가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건에 이 소녀가 음식을 몰래 먹지 않는지 관찰하는 업무로 고용된 두 간호사 중의 한 명인 리브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리브는 영국인 간호사이다. 아일랜드에서 하게 되는 업무내용은 어떠한 귀띔도 듣지 못했기에 이 소녀를 관찰하라는 업무에 당황스러워한다. 이 소녀는 어떻게 4개월 동안 먹지 않고 버틴 것일까? 누군가 사람들을 몰래 속이고 음식을 먹이지는 않았는지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소녀는 건강하였다. 그동안 하느님의 만나를 먹었다고 말하는 이 소녀의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계속 의구심을 가지면서 책장을 멈추지 못했던 소설이다. 궁금증은 증폭된다. 아이는 적인가? 무정한 죄수인가? 리브 간호사가 보이는 적개심과 의심을 곧추세우면서 계속 책장을 넘겼던 소설이다.
하얀 얼굴 뒤에 비밀을 숨긴 아이. 하얗게 칠한 무덤 같은 아이 141
그 아이 부모는 애나가 열한 살 생일 이후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20
이 소녀에게 집중하게 한다. 이 소녀가 하는 모든 것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추어야 한다. 어떤 단서들이 있었던 것일까? 비밀이 보였고 무덤이 보였던 소녀이다. 어떤 비밀이 이 소녀에게 있었던 것인지 따라가보는 작품이다. 무덤을 만드는 이 소녀의 기도와 믿음은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 넘쳐나는 어른들의 폭력들인지도 되짚어보게 한다. 많은 인물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세워놓은 세계에 이 아이는 얼마나 희생되어야 그들은 멈출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을 거듭하면서 읽게 한다. 그들이 만든 성은 얼마나 견고한지도 이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한다. 아직 어리고 제대로 세상을 이해하기에도 이른 이 소녀에게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한다.
거짓말에 대해서 작가는 예리하게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녀의 거짓말보다도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의 세계를 이 작품에서 듣게 될 것이다. 그 무궁무진한 어른들의 거짓말을 새롭게 마주한 시간이기도 하다.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건 ... 이 나라 전체일까? 222
종교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종교적 이야기들이 소녀를 통해서 전해진다. 이면에는 종교적 계산이 숨어있기도 하다. 두려움을 자극하며 이루어진 어리석은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더욱 움푹 파여가는 웅덩이가 된다. 이 웅덩이에 빠진 이 소녀는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한다. 단식의 위험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이 소녀는 어떻게 될까?
세상이 속고자 한다면 속게 내버려 두어라. 격언 130
지주들. 옥수수를 해외로 보내고. 비싼 소작료. 소작농 쫓아내고. 오두막에 불 지르고.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던 정부 관료들. 248
전쟁터 간호사. 서류작업 고충 토로 / 관료들이란 빌라도처럼 모든 일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냉혈한 집단이에요 (신문기자. 번) 252
앞서 읽었던 <동물, 채소, 정크푸드>의 책 내용이 이 소설에서도 신문기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기아와 굶주림에 대해서도 더욱 단단하게 쉽게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쟁터에서 서류작업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충을 말하는 간호사의 이야기도 기억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도 행정처리가 우선시 되는 모순적인 것을 들추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어떤 심장일까? 이 소설에서는 두 엄마가 등장한다. 아이의 죽음에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선택을 강행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지시받은 일만 하면 돼요.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말고요. 237
수녀의 모습도 계속 주시하게 한다. 수녀원의 지시에 복종하기만 한다. 생각도 거부한다. 미동도 없는 움직임이 작품 속에 내내 흐른다. 오랜 시간 교육받고 훈련받은 수녀의 모습은 수동적일 뿐이다. 반면에 영국인 간호사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이 간호사의 내적 갈등과 의심의 목소리들을 따라가는 작품의 흐름도 이 작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책장은 빠르게 넘길 수 있었던 작품이다. 어느새 중반에 도달하고 후반부에 있었다.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면서 이 책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소설이다. 책표지의 디자인도 눈길을 끈 작품이다. 신문기사였던 인물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된다. 해고와 시련, 실패, 다시 시작이라는 끈끈한 이해관계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문장도 기억해야 하는 문장이 된다. 소녀의 기도에 대한 이야기들도 기억에 담는 소설이 된다.
좋은 간호사는 규칙을 따르지만, 최고의 간호사는 언제 규칙을 깨야 하는지 알아요. 339쪽
진실을 기사로 썼다가 해고당하지 않았던가? ... 그 일로 더 온전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해고 자체보다는 그 시련을 이겨낸 일로, 실패하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314
기도하면서 들은 침묵은 주님이 귀를 기울이시는 소리였어요. 156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그 비밀은 독자들이 만나야 하는 비밀이 된다.
놀라움에 이어 안타까움이 많아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더 원더 영화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없지만 소설에는 있는 무수한 것들을 원작소설에서 만나보았다.
영화가 지닌 매력에도 빠져보면서 원작소설도 만나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