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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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며 23편의 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 딸, 완벽한 거짓말. 4년 전의 거짓말을 고백하는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생 최고의 거짓말이 무엇이었을까? 경찰도 친구들도 가족도 모두 믿었던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의 진실을 만나는 작품이다.

복선은 깔려있는데 도무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 흐름에 책장을 멈추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서 책장은 쉽없이 넘겨진다. 로맨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연애, 결혼, 아이 출산, 결혼생활들이 전해진다. 그리고 4년 전 남편과 아이가 죽었다고 전한다. 이유와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글을 쓰는 작가들이 가지는 중압감과 피로감, 가중되는 책임감, 기대를 부응하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 압도감까지도 작품에서 충분히 느끼게 한다. 여성작가인 헬레나, 그녀의 대리인 케이트의 관계에서도 뾰족하고 냉담한 사회적 관계를 느끼게 된다. 규칙을 열거하면서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를 가진 여성작가이다. 그녀의 집 앞의 문구에서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그녀에게서 미소가 흐르는 순간이 흔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내면을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게 되는 작품이다.


서로가 다른 두 인격체가 부부가 되어 사랑을 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 결혼이다. 두 사람이 향했던 충실함은 무엇이었을까? 작품 속의 여성작가는 그렇게 서로가 향했던 충실함을 깊게 들여다본다. 우리도 그러한 시간을 가지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에 충실함을 보이면서 부부라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광기의 연료가 따분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사들인 것. 소파. 텔레비전 48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피상적인 주부들의 짧은 도피, 만신창이가 된 인간관계 같은 것들 48

집이 슬퍼 보인다. 52

삶의 세세한 부분을 절대 공유하지 않는 사람 72

집이 슬퍼 보인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집은 거주하는 세대원들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화려한 집, 화려한 가구와 가전들이 그들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만은 아니다. 진솔하고도 진실한 모습이 아닌, 허영과 사치로 치장한 것들은 슬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행복을 꿈꾸었던 작가의 아이, 작가의 어머니를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여성작가인 헬레나는 불안과 분노라는 감정들을 부여잡았던 것일까? 아이에게 보였던 행동, 이웃집 여성에게 언급한 연행도 그녀에게는 문제적 결과를 기록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언행하는 이유들을 그녀의 어린 시절과 그녀의 출생, 성장한 환경까지도 되짚어보면서 읽게 한 작품이다. 그녀의 대필 작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녀의 진심 어린 후회와 바램들을 짐작하게 한다. 좋은 사람들을 부모로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사랑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웠더라면 자신의 인생도 분명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 내가 당신을 알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395

풋사랑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이때의 사랑은 가장 밝게 티오르고, 가장 세게 강타하며,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린다. 46


그녀의 무뚝뚝한 말투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규칙에는 이유가 분명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답변들을 케이트에게 편지한 글에서도 밝혀진다. 그녀가 늦었지만 미안하다는 말과 진실한 자기반성과 자기 용서들을 남긴 편지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묘비명에는 간략하고도 분명한 묘비명이 그녀의 삶을 말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우리는 이 말 한마디를 듣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든 어리석은 인간들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진실을 말했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된다. 82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모든 부모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 신의 경고였는지도... 신이 내 삶의 이야기에 써 내려가는 복선. 229

싸워야 했던 모든 갈등, 내 딸에 대해 가졌었던 끔찍한 악의 242

그런 사람들의 잔인하거나 바보 같은 행동은 일종의 선물인 셈이지. 우리는 그 사람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거니까. 사람들을 볼 때 아주 신중하게 관찰하면 돼. 관찰하고 기억하는 거야. 자기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스스로를 관찰하는 거야. 294~295

자기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아주 신중하게 관찰하라는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자신을 회고하는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러한 거듭됨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할지, 퇴보할지 결정이 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면서 읽었지만 예측은 불발하였고 짐작하지도 못했던 원인을 발견하면서 거짓말의 이유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난소암과 뇌종양 암환자에 대한 내용도 전개되고 범죄 사건도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다. 비밀스러운 거짓말의 진실은 독자들만이 누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멋진 작품이었다. 대필 작가와 첫 만남의 장면도 반전이 있었으며 인생의 즐거움을 잃은 말기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즐거움을 주며 기쁨도 주었던 한 인물의 많은 행보까지도 모두 기억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걸. 너는 나와 달랐고, 나는 너에게 맞춰주지 못했어. 그게 미안하다. 303

두 명의 암환자가 비교된다. 한 여성은 용감하게 죽음과 싸우는 여성이었지만 다른 여성은 암에는 전혀 대응하지도 않고 오로지 마지막 작품에만 매진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매달렸던 것일까? 이 작품이 답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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