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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내가 죽거나, 아니면 저이가 죽는 걸 보는 거야!
휴머니스트 세계 문학 중의 한 권인 폭풍의 언덕은 작가 소개글부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애그니스 그레이 작품들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이유를 만나기 때문이다. 세 자매가 출간한 작품들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하면서 첫 장을 펼쳐서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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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은 쉼 없이 넘어갔고 작품으로 만나는 이 시간들은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배경이 되는 나라와 종교를 신앙인들의 삶을 이 작품에서도 모순적으로 만난 시간이었다. 부족함이 많은 우리들이지만 어린아이들에게서도 선함보다는 악한 행동들이 드러나고, 타인의 고통에 기쁨을 느끼는 종교인의 믿음은 성경을 읽고 기도 모임을 참석하는 것과 주일을 지키는 인물의 여러 모습들을 차곡히 쌓으면서 질문이 많아지는 작품이었다. 죽음에 임한 인물에게 보이는 표정과 말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묘비명까지도 작품은 스치지 않고 조명하는 소설이었다.
조지프가 헤이턴을 타락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가문의 장손이라고 편애하면서 치켜세워주고 귀여워해 준 것이죠. 335
조지프는 헤이턴이 최악의 지경에 이르는 걸 지켜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336
조지프는 기도 모임에 갔고 418
조지프. 자신을 친송하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저주를 퍼붓기 위해 성경을 샅샅이 뒤지는 아주 피곤하고 독선적인 바리새인 같은 인간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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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들의 인생의 파노라마이다. 죽음이 없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도 많이 만나게 된다. 분노하고 질투하며 무시하며 비난하고 폭행과 사냥도 거침없이 일상 속에 등장하면서도 신과 성경, 교회가 무수히 등장하고 있다.
이런 무기를 가진다면 얼마나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내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본 그는 깜짝 놀란 모습이었지.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탐욕이었으니까. 언쇼의 권총. 칼날 240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보다는 외면하고 무관심하며 공감하지 못하고 싸우며 죽음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인물들을 만났던 작품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까지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버려진 채 쓸쓸히 살아가는 인물들이 어린아이에게도 비껴가지 않는다. 학대에도 냉담해진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냉대한 환경에서 성장한 인물의 감정과 말과 행동들과 계획들을 주시하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감정과 행동들과 말들에 경악하면서도 당연한 결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성장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때리고 꼬집는 아이들 68
학대에도 냉담해진 아이 68
악랄한 짐승 한 마리가... 파멸시킬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 같았죠. 185
배반과 폭력은 양날의 창이에요. 그것에 의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적보다 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법이죠.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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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스스로 파멸하는 인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헌신적인 사람이었지만 타인에게는 냉혹한 인성으로 대응하는 여러 인격을 보여주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이기적으로 살아가고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타인의 불행은 느끼지도 못하는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득권자의 명령과 복종하는 하인들이 이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하지만 복종하는 하인들이 아니다. 노동하는 노동자들이며 일방적으로 수동적으로 일을 하는 하인들이 아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인에게서도 투영되는 많은 것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둘 다 좋은 남편이었고 315
왜 그 남자를 사랑하나요. 왜 그런지 이유를 말하셔야 해요. 그 남자를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지 말해보세요. 135
대다수의 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게 분명하오... 사색하는 힘이 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게지. (이야기해주는 부인. 하인)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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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한다. 사랑하는 이유와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지도 질문하고 답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세속적인 사랑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스스로에게도 되묻는 시간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많은 젊은 연인들에게는 이러한 순간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만하고 비열한 인성을 가진 여러 인물들도 등장한다. 부족함이 많은 여러 인물들이 자신의 결점을 제어하면서 살아내는 순간도 등장하기도 하고 나약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폭력적인 잔혹함을 가지면서 가해하는 남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자식을 향하는 마음이 냉정한 아버지의 모습도 등장하기도 한다. 계단에서 아이를 떨어뜨리는 장면과 술에 취하면서 살아가는 모습과 자식의 병과 죽음 앞에서도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는 냉대한 친아버지의 모습도 보게 한다. 참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그들이 남긴 자식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흩어진 인물들이 어느새 하나로 만나게 되는 집합점이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캐시. 오만함 114
히스클리프. 표정은 비열해졌으며. 반사회적 시무룩함으로 악화. 교육 혜택 잃어서. 118
캐서린은 자기 일이 아니고서야 어떤 일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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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축축하고 냉랭한 전선만을 걷는 것은 아니었다. 부족한 인성을 보이는 순간에는 교훈적인 가르침을 표현하기도 하고 신앙인이 가져서는 안되는 모순적인 다중적인 모습을 꼬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악에 싸워서 천국을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도 기억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반면에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스스로 무덤 속으로 걸어들어간 인물의 이야기도 잊으면 안 되는 작품이다.
그 집 아이들도 그럴까? 설교집을 읽거나 하인한테 교리문답을 당하다가... 성경 속 이름을 한 페이지나 외워야 할까? 84
꽤 긴 이야기지만 매우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서 읽은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 책 표지 디자인에도 매료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라 이 소설은 꼭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노아와 롯, 요나라는 성경 속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성경인물이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작품의 세상은 멋지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각주의 설명들이 매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그 악령들을 자신감 있고 순수한 천사들로 바꾸려고 한번 노력해 봐. 100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건 정말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422
이스라엘 족장 노아와 롯. / (각주) 의로운 자. 대홍수 때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47
요나는 언쇼 씨.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해 다른 선원들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각주)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