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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ㅣ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주위 사람들의 참된 얼굴을 알아볼 줄 모른다.... 제대로 응시하지 않은 채... 우리의 처신에 유용한 방향과 규칙을 탐욕스레 찾기만 한다... 가장 통속적인 처신의 시를 더 좋아한다. 67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결혼>을 신간도서로 만나본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 총 4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책 디자인이 먼저 눈길을 끈다. 책표지의 디자인부터가 독특해서 기대감을 더 높여준 도서이기도 하다. 4작품과 해설까지 모두 읽고 나서 책을 다시금 품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책표지의 색감까지도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들을 꾸준히 읽게 된다. <이방인>을 시작으로 <시지프의 신화>에 이어서 이 에세이를 만났다. 작가가 사유한 시선을 떠올려보면서 그 공간을 떠올리면서 작품의 세계를 여러 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에세이들도 그러했다. 일독을 하고, 재독을 하면서 필사도 하였다. 작가의 푸르른 청춘의 시대에 펼쳐 보였던 그 공간과 집필한 작품의 세상은 충분히 매력을 가지는 에세이로 기억에 남았다.
저 무념무상과 저 희망이 없는 인간의 위대함, 저 영원한 현재인 육체야말로 지각이 있는 신학자들이 다름 지옥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리고 지옥이란... 육체가 고통스러워하는 곳이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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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두껍지가 않다. 하지만 필사된 문장들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장들의 무게만큼이나 고찰하는 시간들도 충분히 늘여졌던 것 같다. 이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를 읽을 때마다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죽음과 사랑, 기쁨과 행복, 육체, 지옥, 부조리, 미술관, 폐허, 역사 등을 떠올려보게 한다. 미술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가 사유한 폭을 함께 거닐 수 있었던 에세이이기도 하다.
하얗게 작열하는 하늘의 여러 빛깔 황홀경을 붙잡으려고 한다. 18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곰곰이 바라본 끝에... 발견한다... 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새로워져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 감탄하기는커녕 삶이 너무 빨리 지겨워진다고 불평해댄다. 20
무심하게 스칠 수 있는 하늘의 빛깔들을 관찰하는 순간이 떠오르게 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에서 화가와 소녀가 나누는 대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화가만큼이나 작가들도 하나의 사물과 현상들을 무심히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곰곰이 바라본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궁무진한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남다른 시선은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절실함이 된다. 그리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뒤따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그 시간들을 가지면서 살아가는지 되묻게 한다. 그리고 불평만 하는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지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이 종족은 고상한 정신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육체를 예찬하고 숭배한다. 55
그들은 아름다운 육체를 타고났다... 유별난 탐욕도... 언제나 그들과 더불어 다닌다. 57
우리는 교훈을 찾지 않고, 위대함의 씁쓸한 철학도 찾지 않는다. 태양과 입맞춤과 야생의 향기 외에는 모두 쓸모없어 보인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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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지옥에 대한 사유가 작품에서도 펼쳐진다. 묘비명을 보면서도 작가가 답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수도사들의 방에 있는 해골이 가지는 의미와 예수의 죽음과 귀환까지도 더불어 차분히 고찰하게 하는 문장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작가가 서 있는 공간과 시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젊음이 가지는 사랑과 예술작품과 역사적 공간이 가지는 폐허의 의미까지도 떠올려볼 수 있었다. 인간 역사의 무수한 피의 역사들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보면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까지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철학을 전공한 작가가 젊은 날 집필한 에세이들을 읽어보면서 의미 깊은 시간들로 직조된 날들이 되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언급되는 것들을 야트막하게 마주하는 문장들도 놓치지 않고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정복자들은 저급한 문명으로 이 고장에 표식을 남겼다. 그들이 생각하는 위대함은 저열하고 우스꽝스러웠고, 정복한 땅의 면적으로 제국의 위대함을 가늠했다... 이 해골 같은 도시가 정복과 야심의 표식을 하늘 속에는 새겨놓지 못했음이 뚜렷이 드러나니까. 이 세계는 늘 인간의 역사를 정복하고 만다...자명성과 무덤덤, 요컨대 절망 혹은 아름다움의 참된 낯빛.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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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품들마다 구획을 가지지 않고 작가의 사유들을 정리해 보게 된다. 무엇도 가볍지 않았기에 여러 번 읽게 된 문장들이 많았던 글들이다. 도시의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집필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과 사랑과 삶과 죽음까지도 이 에세이들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맑은 정신이 가지는 유익함에 대해서도 작가는 언급한다. 사막과 행복의 물의 연관성까지도 떠올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가는 예술을 통해서도, 공간에 머무르면서도 무수히 사유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있었던 역사와 인간을 향한 깨달음들을 이 책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맑은 정신에 이르게 되면... 이해하지 않으려고 애쓴 일을 ... 기꺼이 받아들이고 말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감지된다... 사막의 곳곳에서 상쾌한 행복의 물이 넘쳐흐르게 된다.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