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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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층. 지상 25층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말의 근거는 사실일까?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실존 인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왜 그는 오페라 극장에 등장하였던 것일까? 작품을 떠올리면서 읽은 원작 소설이다. 두께감만큼이나 작품이 전하는 내용들은 진중하기까지 하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지 떠올려보게 된다.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452

오직 사랑만이 그런 기적과 전격적인 변신을 성취하게 할 수 있다. 43

사랑은 크고도 위대하다. 태어나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된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가족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어떠한 고난이 난재하여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한 인물에게는 그러한 사랑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부모의 외면, 가족은 더 이상 의미를 잃어버린다. 홀로 떠돌아다니며 살아왔을 날들과 그에게 주어진 부재와 또 다른 능력들은 그의 삶을 험준한 나날들로 밀어 넣기에 충분할 뿐이었다. 복화술, 비범한 능력, 영특함은 끔찍한 삶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러한 나날들이었다.

흉측한 얼굴을 가리고 세상 속에서 보통 사람으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일까? 죽음을 생각하며 매일 관속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명의 존귀함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 올가미가 그의 인생에서 의미하는 것은 더욱 얼굴보다도 더 흉측하게 큰 획을 가지게 된다. 술탄의 어린 왕비에 대한 이야기, 페르시아인이 들려주는 올가미에 대한 이야기들은 섬뜩하고도 기괴한 사건으로 기억될 뿐이다. 페르시아 왕비와 하녀의 박수의 의미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제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 그의 장난감이었어요. 255

무지한 하층민처럼 그런 허상의 희생자가 될 수 없지 않으냐 483

(노부부) 혁명의 불길도 이들을 비껴갔다. 극장 밖에서 프랑스의 역사는 도도하게 훌러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도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했다. 236

수수께끼 같은 실마리들을 부여잡으면서 사건의 흥미로운 진전들을 따라가면서 쉼 없이 넘겨간 작품이다. 책장은 바쁘게 넘어간다. 그리고 인물들이 뚝 던져주는 대화와 문장들에 깊은숨을 쉬면서 되뇌어 읽게 되는 문장들도 마주하기도 한 작품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장난감은 아닌지, 진정한 자신의 주인인지도 떠올려보게 한다. 문명의 발달 속에서 더욱 중심을 잡고자 노력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허상의 희생자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작가의 문장들과 인물들을 통해서 만나는 소중한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비껴간 노부부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크리스틴 다에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기억 속에 쏘옥 넣어두게 되는 이야기가 된다. 세 사람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떠올리는 장면과 이야기들은 깊은 울림으로 자리 잡게 된다.

자기 인형은 한 번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하게 간직 113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고 의식이 확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천사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 113

영혼 없이... 초라한 악기... 영혼이 깨어났다 193

영혼의 존귀함을 자주 언급하는 작품이다. 악함이 가득하면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그 단단하고 시체 같은 영혼은 어디에서부터 잘못이 되었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그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영혼에게도 따스한 사랑의 체온이 흐를 수 있을까? 자신을 피하지 않는 사랑의 온기를 처음으로 느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사람을 안고, 이마에 키스를 하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너무나도 큰 의미가 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된다.

일부러 속마음을 감출 필요도 없으리라. 진짜 가면을 쓰고 있으니 짐짓 표정을 꾸밀 필요도 없으리라. 196

파리에 사는 사람 중 자신의 고통을 즐거운 표정으로 감추지 못하거나, 자신의 은밀한 희열을 슬픔, 권태, 무관심 등으로 위장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파리지앵이라 할 수 없다. 62

프랑스의 문화와 작품들, 작가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의 슬픔과 권태, 무관심과 감정을 숨기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떠올리게 한다. 가면무도회가 가지는 위안과 기쁨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얼마나 위선적인지 감정을 감추면서 살아가는 것인지 우리들의 삶들도 돌아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굵직한 사건과 수수께끼, 하나둘씩 벗겨지는 사실들과 인과관계들을 추리해 보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푸른 수염>작품의 호기심, <파우스트>도 언급되는 작품이다. 질투, 사랑, 악마, 영혼, 천사, 유령 등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돌덩이, 용수철, 이중 방수벽, 거울, 감옥, 올가미 등 영특한 머리로 창조해낸 문명이 얼마나 추악한 살인의 기술이 되는지도 목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로 유명한 작품인지만 원작 소설은 처음으로 읽었다.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작품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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