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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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착한 인디언이 아니다... 지친 유럽인이다. 122

소설과 에세이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덕분에 소설의 여동생과 작가를 더욱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유는 에세이에서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천천히, 작가를 더욱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에세이가 가지는 강점들을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면서 작가의 글쓰기 작업의 고뇌,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에 스스로 정리하는 정체성의 문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리커버 개정판으로 5권을 만났고 이 작품이 마지막이었다. 중첩되는 작가만의 세상에 등장하는 소재들, 사물들, 의상들, 사교모임 등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에서도 언급하는 프랑스 파리의 상류 사교모임과 미국인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등장한다. <면도날>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함께 떠올려보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폐쇄적인 사교문화의 특징과 계급사회와 문화, 안정된 미국인 부부의 삶과 소설에 등장하는 오빠의 선택들의 이유와 절박한 빈곤한 경제적 상황들 앞에서 이 남매가 선택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본 소설이다.

소설의 남매가 살아가는 삶은 매우 독특하다. 우리의 집이 아닌 남매의 집으로 향하고, 그들의 경제력과 직업, 집을 빌려주는 지인들의 이야기, 의상을 여러 벌 선물해 주는 지인 등이 등장하고 있다. 오빠의 지나온 삶, 여동생의 삶은 그들이 가진 외모적 강점으로 얼마나 견디어낼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여동생의 일관된 무관심한 태도를 계속 주시하게 한다. 소개받은 남자에게 무관심하고 정원사라는 하인 계급층과 만남을 가진 그녀에게 부인이 가지는 의문스러움을 작가는 다루고 있다. 그녀가 보는 것은 세상의 관점과는 달랐다. 사람에게 빠져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여동생의 무관심한 모습. 젊은 남자 배우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떠나버린 여동생의 선택의 이유들도 소설에 매우 자세하게 등장한다. 그녀의 시선들, 그녀만의 관점들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 작품이 그려내는 그림들의 배경과 색채에 익숙해지는 5편의 작품들이었다. 기차에서 보는 풍경에 염소 한 마리와 인부 세 사람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도 작가의 성장 배경을 떠올리면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에세이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울증, 술, 담배, 중독, 마약까지도 그녀의 생애와 연결 지으면서,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에세이의 글들은 그녀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신을 향한 목소리, 종교까지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대통령의 연설을 향한 그녀의 열거되는 목소리들, 자살에 대해 그녀가 지켜보기도 한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들, 우울증을 이겨낸 이야기들도 에세이에서 만나게 된다.

글을 쓰는 이유를 명확하게 들려준다. 그녀가 문학, 에세이, 논문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를 만나게 되는 책이다. 그녀의 부모, 가정의 성장 배경까지도 추측 가능해지는 문장도 등장한다. 그녀가 유독 고독해하는 것, 상실, 슬픔, 열정, 사랑 등을 작품들과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실제 인생까지도 연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가 선택한 것들, 중독된 것들. 경험한 것들. 만났던 많은 사람들. 자살에 대해서도 그녀는 그녀만의 사견을 글로 풀어낸다. 그리고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70

소설에서 성소수자이며 뛰어난 외모가 아닌 외톨이였던 한 남성을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집을 빌려주고, 사랑하는 남자 배우가 있으며 돌아와서 자신이 지켜보는 상황들에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서 먹은 소량의 약과 모두와 헤어진 후 선택한 다량의 약은 죽음으로 인도된다. 그의 자살과 죽음은 작가의 작품으로 더욱 내밀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의 선택과 주변인들의 "만약에~' 문구가 가지는 특성들을 보게 한다. 그리고 장례식장의 신부님의 말에 웃음을 보이는 이들의 이유, 장례식에 참석한 어머니가 홀로 생각하는 것들이 가지는 모순과 자식의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던 이유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자살. 그는 자기 자신과 부딪혔다. 삶에 부딪히고 그 삶을 넘어가지 못했다 171

나는 나중에 어디에서 쉴 수 있을까 162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189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172

사람들이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는 할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두 길 위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161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을 가질 권리를...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172

작가의 모든 작품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인물들의 삶의 무력함과 혼잡함 속에 인간이 가지는 혼돈과 분주함, 욕망, 집착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허황된 몸짓이며 욕망임을 두 남매와 젊은 배우가 식사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소유욕, 물욕, 집착하는 인물과 무관심하며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두 남매의 무기력한 삶도 아슬아슬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세 인물에 의해서 떠난 한 사람. 모두가 길 위에 있는 인물들임을 떠올리면서 작품에서 만난 좋은 문장들을 다시금 되묻게 한다. 우리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는 할까요?

그는 늘 배고프고 만족을 모르는, 사나운 늑대 같은 종족이었다. 141

그는 가진 것에 집착했고, 그녀는 남아 있는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 127

알코올. 마약. 신 등에 .... 그 모든 것에 중독될 것이다. 126

야망, 양심의 부재, 특권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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