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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을 품고 있다. 그 사랑이 사람이라는 대상이기도 하고, 성공이라는 욕망을 가득히 품는 여배우를 통해서도 다루기도 한다. 대상이 무엇이든지 인물들은 그 사랑을 충실히 향하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형식을 취하면서 그 사랑을 향하고 있다. 때로는 스스로 너무나 부조리했고 이상하리만큼 정직했다고 떠올리는 방식도 작품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실수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그것에 온전히 던지고 인정하고 솔직하면서도 사랑이 무언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조제와 베르나르의 관계가 그러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저지른 실수라는 공통분모 위에 존재했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는 너무나 부조리했고 이상하리만큼 정직했다. 124
젊은 청춘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중년의 인물들도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이 사랑을 경험하고 열망하며 대처하는 방식들은 달랐다. 깊이도 달랐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사랑의 유효기간도 달랐다. 사랑하는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인물이 있다면 상대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적절한 용도로 접근하면서 이용하는 것과 나누는 대화들도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베아트리스에게 질문하는 졸리오를 기억하지 않을수가 없다. (성공에 대한 그 집착은 존재들의 거대한 서커스 속에서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그건 다 허영이야. 172쪽)
조제를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그녀는 동요되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거라고 예감하며 부조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게 하는 그녀이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그녀는 명확하게 전한다. 부유한 그녀가 사랑한 방식의 맹점이 무엇이었는지도 사라진 자크를 찾는 과정에서 깨닫기도 한다. 스스로 찾아가면서 실수도 하면서 조제가 선택하는 사랑. 그 사랑에 대한 짧은 시간에 대해서도 나누는 대화도 꽤 인상적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 우리는 어떤 고통을 느끼게 될까요? 19쪽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136쪽
그녀로서는 누군가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102
틀림없이 그녀에게 비싼 대가를 요구하리라. 102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들이 거침없는 인물들은 오랜 시간 다른 사랑을 하고 힘겨워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불행의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아내들이 감당하는 각자의 모습들도 눈여겨보게 한다. 술중독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알랭, 유산하는 아내의 상황까지 불행의 모습들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베르나르와 알랭의 사랑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던지는 문장도 꽤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작품이었다.
(아내에게) 정말 어리석은 여자야 27
내게 필요한 건 영리한(아내) 이 두 눈이 아니라 ...난 "난 너무 불행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67
불행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고통을 참아내기만 하는 사람은 추할 뿐이니까. 154
그들은 정말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사실... 아무 상관 없었다. 155
조제는 사랑에 대해서도, 실수에 대해서도, 부조리에 대해서도 인지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 인물들의 사랑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자멸하는 운명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다. 성공을 향한 여배우는 만남을 가지는 대상에 맞추어 역할을 연기하면서 만나는 여성이었다. 빠르게 식어버리는 열정과 냉정한 태도도 잊히지 않았으며 성공의 순간에 떠올리는 에두아르는 그녀에게 눈물로 깨닫는 또 하나의 순간으로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눈을 찾는다. 77쪽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그 역시 그들과 같았다. 136
많은 인물들의 심리적인, 내면의 솔직함을 따라가는 것과 사랑보다는 우정을 그리워한다는 깨달음을 보여주는 젊은 친구들 세 명의 모습도 다루는 소설이었다. 진실된 사랑을 갈구하는 순간도 있고, 허영에 눈이 먼 연기하는 사랑도 만나는 작품이었다. 변함없는 사랑으로 기다리고, 외로워하는 사랑도 있었다. 행복을 보지 못하며 불행의 연속을 걷고 있는 인물들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독자들과 호흡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선을 보이는 소설이었다. 인물들이 보이는 순간의 눈물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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