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작가라는 사실에 책을 펼쳤다. 대표작으로는 <흐르는 세월>, <물처럼 단단하게>, <즐거움> 등이 있으며 문학상 20여 개를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책표지의 이미지가 건네는 색채의 묵직함은 읽고 있는 에세이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 에세이를 집필하게 된 동기와 이유들부터 떠오른다. 5장으로 구성되며 아버지, 큰아버지, 넷째 삼촌에 대한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다. 힘겨운 노동이 하루의 전부였고, 가난했으며, 배고픔이 언제나 떠나지 않는 농민이었던 이들의 이야기. 혁명이 이들의 세월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작가의 시선과 경험들이 회고하게 한다. 도시에서 온 지식청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와 모순, 부조리까지도 책은 어린 작가의 기억을 통해서 전하고 있다. 특히, 여자 지식청년의 손에서 전해진 종이에 쌓인 부침개 사연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을 직시하게 된다. 어린 학생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동기, 농촌을 떠나야겠다는 동기부여는 처절한 핏빛 사건을 통해서 일어나게 된다. 농민이 범인이며 처형되고, 도시 지식청년이 범인이면 금품 배상으로 무마하는 부조리를 똑똑히 목격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처연할 정도로 굶주림과 극한 노동의 반복은 쉼 없이 이어질 뿐이다. 농촌의 가난과 배고픔을 탈출할 수 있을까? 극명한 빈부 차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목도된다.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려니 가슴이 답답하면서 안타까움이 내내 흘렀다.

배우지 못하고, 글을 모르지만 아버지 형제들의 근면성과 절약, 인정이 흐르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대지가 보여주는 순수함과 소박함까지도 놓치지 않게 한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그 누군가는 배움을 포기해야 하고, 땅을 위해 일해야 하는 운명 앞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도박이 주는 엄중한 경고도 이 책은 전한다. 두 자녀를 먼저 보내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나날들도 책은 전하고 있다. 삶의 고통이 얼마나 진했으면 살았으면 고생만 더 하였을 거라면서 먼저 떠난 자식을 그렇게 가슴에 묻는 사연도 만날 수 있었다.

내게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유일하게 부족하지 않았던 것... 세대가 내려주는 온정과 보살핌이었다. 211쪽

무엇 하나도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은 없었다. 긴 작품을 집필하고 군대를 간 저자는 자신의 작품이 어머니의 불쏘시개로 사용되었다는 사실도 듣게 되지 않는가. 가난을 탓하고, 굶주림을 탓해야 하는 나날들은 멈춤이 없었던 세월들이다. 이터우천(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 지칭하기도 한다)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된다. 도시와 농촌의 틈새에 끼워서 살아온 넷째삼촌의 인생 이야기와 마지막 사고의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게 한다.

아버지 형제들 세대가 인생의 목표를 삼으면서 살았던 그것들이 무엇인지도 공통적으로 만나게 된다. 작가가 삶과 세월에 대해 사유하고 통찰하는 글 중에서도 남자와 여자를 비유하는 문장들도 꽤 흥미롭게 사유하게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사유하고 정리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322쪽)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다시금 정리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게 된다. 온정과 보살핌이 가지는 온유한 미덕의 아름다움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탕과 콩엿이 가졌던 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서도 언제나 배움은 전해진다. 그 배움을 이 책의 에세이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많은 상황들과 사건들이 바로 삶을 바라보는 진중한 시간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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