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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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책들이 자주 눈에 들어와서 펼친 시집 한 권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만나는 많은 시들은

시집을 펼치기 전에 마음을 다잡았던 만큼이나 삶을 투영하는 시들이었다.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 환절기 _ 시 ) 49쪽

어렵게 찾은 지물포에서 나는 자투리 벽지를 찾는 일로 미안했고 주인은 돈을 받는 일로 미안해했습니다

( 누비 골방 _ 시 ) 107쪽

재산권을 일부 상실한 저의 호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는 누룩내가 났습니다... 저는 짐을 꾸렸습니다 이번 달은 창이 없는 호실로 갑니다 ( 유성고시원 화재기 _ 시 ) 110쪽

당신의 주름은

무게와 무게가 서로 얽혔던 흔적이라 적어두고

나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네

보조바퀴처럼 당신을 따라다니네

(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_시 ) 84쪽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재철'이라고

조그말게 적어놓았습니다. ( 낙서_시) 77쪽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 눈을 감고_시 ) 83쪽

 

시 전부를 읽어야 메모한 글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에 시집의 시들을 한 편씩 만나봐야 한다는 점과 상징적인 '미인'이 자주 등장한 시들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라미드> 세계문학전집의 소설이 떠오르면서 피라미드라는 상징성이 가지는 사회 계급의 위치와 생활들은 삶을 채우고 그려 넣는 겹겹의 한숨과 슬픔과 주름들이 연거푸 떠오르게 하는 시들이기도 하다. 무거운 마음이 압도적이고 답답하다는 그늘진 것들이 채워 넣기도 한다. 삶과 있지만 죽음도 시인은 노래한다. 그래서 그 죽음이 남기는 잔영들을 하나둘씩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시들도 만나게 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생활하는 주거공간이 가지는 상징적인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땅속의 주거지, 건물의 꼭대기 주거지, 창문이 없는 고시원 주거지. 어디에 살고 있나요? 화려한 건물과 불빛과 경제성장이라는 수치와 그래프, 부의 가치가 많이 낯설어지게 하는 또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그려내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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