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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2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평점 :
멋진 작품이다. 2권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작가가 '핍'에게 심어놓은 짐작이라는 오해 속을 무한히 함께 떠내려오는 시간도 핍과 함께 보냈던 작품이다. 갑작스러운 인물들의 등장과 알 수 없는 편지의 발신자에 대한 의심과 불안 속에 '핍'을 따라가보는 시간, 쉼 없이 새로운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풀려가기 시작하는 의문들을 하권에서 만나게 된다.
상권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하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결고리들은 꽤 촘촘하다. 생각하지도 못한 연결고리들 덕분에 하나씩 구도를 잡아갈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인간이 가진 유약함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한다. 인간이 유지하고 있는 사회구조의 움직이는 동력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작가는 여러 인물들과 가족들을 통해서도 돋보기처럼 들여다보게 한다. 핍을 교육해 준 선생의 가족이 갖고 있는 굴러다니는 가족들의 모습들과 선생의 아내가 보여주는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들에게까지 결혼에 대한 조급한 갈망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게 한다. 선생의 아들의 결혼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하권에서 목도하게 한다.
사랑하고 흠모하며 아껴주면서 기다리는 시간들이 연인들을 통해서 보여진다. 하지만 유독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여인이 보인다. 그녀의 결혼은 행복할까? 그녀가 성장한 저택에서 '핍'과 우연히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에게서 듣는 새로운 모습과 대화들.
어린시절부터 어떻게 양육되느냐에 따라서 어른 성인으로 성장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제대로 양육을 받았다면 범죄의 길로 방향을 잡지 않았을 어린아이들을 감옥과 재판과 사형제도를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한다. 그 아이들이 점차 범죄의 길, 어둠의 길로 걸어가게 되었음을 인물들을 통해서, 사건들을 통해서 보게 한다.
의문스러웠던 저택의 비밀들도 서서히 드러난다. 그 저택에서 성장한 양녀의 부모에 대한 비밀들도 놀라움으로 만나게 한다. 핍이 성장한 시골마을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위선적인 모습도 작품은 다룬다. 핍의 대리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삶의 태도는 많은 상징적인 모습이 된다. 그 직원의 결혼하는 모습들과 핍의 친구인 허버트의 결혼과 비디의 결혼까지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조와 비디이다. 상권에서 만났던 조와 비디의 모습은 하권에서도 한결같고 지혜롭다. 그들의 모습은 삶의 지표가 되며 조가 가진 성실함과 바른 모습은 지금 내 곁에 있는 한 사람과도 같은 사람이었기에 고마움을 떠올리면서 작품에서 만났던 인물이다.
조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그를 한없이 신뢰하고... 373쪽
조가 핍에게 친구라는 호칭과 신사분이라는 호칭을 함께 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호칭이 가지는 경계선은 무엇일까? 진정한 신사란 무엇일까? 성실하게 대장간에서 땀을 흘리고 노동하는 조의 모습과 아내의 부족한 성품까지도 안아주며 유지하고 있는 결혼생활과 어린 핍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동받는 작품이 된다. 사회적으로 높은 계급을 유지하고 사교모임을 즐기며 사치와 절재하지 못하는 탐욕의 지름길을 핍은 경험했고 좌절했고 후회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뿐이다. 거대한 유산이 약속된 약속된 핍에게 벋어있는 길은 넓고 탄탄한 길이었을까? 그것이 진정한 신사였을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되묻고 무엇을 삶 속에서 만나고 지향해야 하는 것인지 재미있는 탄탄한 작품으로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소설이 된다.
이 소설은 읽기 전부터 기대했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오만이 가지고 있는 위태로운 모습들을 핍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핍에게는 평탄한 미래가 보장되었을까? 책표지 디자인의 그림이 꽤 의미심장하게 디자인된 책이다. 2권의 책표지 디자인이 가진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도서제공)